▲ 김미경(스토리텔링 작가/전주대 연구교수)

지난 2016년 10월 1일, 나는 우리 공주에서 열리고 있는 “백제문화제 - 웅진동 웅진성 퍼레이드”의 리허설과 퍼포먼스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이 바빴었다.

그런데 이날 하필이면 멀리 전라남도에서 남도민속학회 이윤선 학회장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내가 사는 반포면으로 현장 답사를 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름 아닌 “충청도 앉은굿 신사맞이굿(무속인이 몸주신이나 신령들께 감사하는 의미로 행하는 굿)”을 연구하기 위한 남도민속학회 “9월 월례회” 모임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윤선 학회장은 “9월 월례회(10월 1일)는 충청도 앉은굿을 찾아갑니다. 호남지역의 굿과 동해안, 남해안, 경기, 황해굿들에 비해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무속의례 중 하나지요. 이번에 법사 한덕 선생님의 법당(공주시 반포면 봉곡리 494-2번지 상태봉 굿당)을 찾아 실제 굿을 참관하고 관련한 발표와 토론회를 갖습니다.”라는 초대의 글을 보냈다.

이에 바로 가까이 사는 내가 이런 훌륭한 학자들의 공주 방문을 외면할 수 없어서 10월 1일, “백제문화제 - 웅진동 웅진성 퍼레이드”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상신마을로 달려와서 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인 10월 2일에는 “공주의 보배 - 계룡산 상신마을”을 한 바퀴 돌며 “살아있는 전통 민속박물관”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리고 곧장 이들이 공주에 오면 꼭 가고 싶었다는 “공주민속극박물관”을 방문했다. 나도 공주로 이사 온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공주민속극박물관”을 갈 기회가 없는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참, 좋은 전시들이 많았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이 내 가슴 속에 파고드는 것은 어떻게 막을 길이 없었다.

이곳 “공주민속극박물관”을 세우고 운영하던 공주가 낳은 “우리나라 최고의 민속극 1인 배우 - 심우성 민속학자”를 이곳에서 우리가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내 마음을 몹시도 서걱거리게 만든 것이다.

내가 심우성 민속학자를 마지막 만난 것은 지난 2014년 5월 23일, “한국공연문화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린 충주 능암관광호텔 2층 회의실에서 였다. 그는 그 당시 81세의 노령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식지 않은 민속극에 대한 열정을 기조 발표로 쏟아내고 있었다.

심우성 민속학자는 2014년 1월 어느 날, 내가 제주도에서 마라도 지역과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제주 해녀 스토리텔링 연구 때문에 두 달간 체류할 때 국립예술자료원 정영순 팀장(지금은 원장)의 주선으로 만난 적이 있고, 일본 교토 친구 윤짱의 인연으로 나의 졸저를 전달한 적이 있다.

그리고는 요즘, <특급뉴스>를 통해 심우성 민속학자의 활동상을 미루어 짐작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사실, 나는 운 좋게도 민속학계의 거목 - 심우성 민속학자를 비롯한 여러 민속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한국 별신제와 공연문화(한국공연문화학회)”라는 책에 “서해안 별신굿의 공연 문화적 성격과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는 논문으로 동참한 적이 있다.

그런 나이기에 공주의 중요한 관광 코스였고,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관광코스가 되어야 하는 “공주민속극박물관”에 심우성 민속학자가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못내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공주민속극박물관”을 다 돌고난 뒤 남도민속학회 이윤선 학회장은 이렇게 한 마디 한다.

“또,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 같군요.”

▲ <2015년 2월, 심우성 민속학자와 필자 등 여러 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한국 별신제와 공연문화(한국공연문화학회)” 책 표지 및 2016년 10월 2일, 공주민속극박물관 전시실에서 용탈을 쓴 필자 모습>

 <서해안 별신굿의 공연 문화적 성격과 스토리텔링 마케팅>

본래 별신굿은 기본적으로 연희성(演戱性)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공연 문화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별신굿은 마을 공동체가 벌이는 일종의 마을 축제이다. 별신굿은 말 그대로 정기적으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게 치러지는 굿이다.

물론, 별신굿도 다른 굿처럼 가무악(歌舞樂)으로 신(神)을 흠향(歆饗)하고, 신(神)과 교통(交通)하며 마을의 안녕과 무사를 비는 제례의식(祭禮儀式)이다.(김미경, 『한국 별신제와 공연문화: 서해안 별신굿의 공연 문화적 성격과 스토리텔링 마케팅』, 한국공연문화학회, 도서출판 월인, 2015. 2. p.143에서 발췌 인용)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마케팅이다. 서해안 별신굿이라는 문화원형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창작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스토리텔링의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의 최종 목표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동해안 별신굿이나 남해안 별신굿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해안 별신굿이 그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김미경, 『한국 별신제와 공연문화: 서해안 별신굿의 공연 문화적 성격과 스토리텔링 마케팅』, 한국공연문화학회, 도서출판 월인, 2015. 2. p.150에서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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