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나루 전설을 품고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는 연미산을 넘어 한천저수지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웅진교육박물관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조선에서 으뜸가는 침의(鍼醫)라는 평을 받았던 태의 허임선생의 고향인 우성면 내산리다.

여기서 2km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우측으로 지난 1961년 12월 준공된 4만 2,000여평의 한천저수지가 나온다.

이곳부터가 공주의 마지막 청정마을 한천리다. 무성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는 전형적인 산촌 마을로 구화, 영천, 상영천, 대추나무정이 마을 등이 있다.
 
오흥찬 한천리里長
총 74가구, 192명(남자 98명, 여자 94명)의 아담하고, 소박한 산촌마을이지만 지난 3일 오흥찬(56. 남)씨가 마을 이장을 맡게 되면서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다.

오흥찬이장이 사비를 들여 시정 및 시책, 홍보사항과 지역소식 등을 담은 ‘청정마을 한천리소식’지를 제작해 마을 전 가구에 우편발송 함으로써 마을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으며, 특히 공주시의 역점사업인 5도2촌 시범마을로 선정돼 더 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오里長은 대전 대화동이 고향으로 육군에서 33년간을 복무하다 원사로 예편하고 지난 2000년 5월 11일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한천리에 뿌리를 내렸다.

만 6년밖에 안된 새내기 농사꾼이지만, 밤에 관한한은 척척박사다. ‘발검참복(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라)’의 투지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는 진정한 농사꾼 오흥찬里長을 만나봤다.

-어떻게 ‘청정마을 한천리소식’지를 만들게 됐나.

“지난 2004년부터 한국밤재배자협회 공주시지회 총무일을 맡아 열심히 일했다. 아마 동네 어른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이장을 한번 맡아달라고 부탁해 고심 끝에 이장직을 수락하게 됐다.

사실 두 명이 이장직을 자원한 상태여서 더욱 망설였지만, 다른 일도 하는데 내가 사는 동네일을 못한다면 핑계밖에 안되는 것 같아 한번 해보자며 기꺼이 수락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이장을 맡고 보니 새로운 정부시책이나 농사 정보 등에 너무 어두워 우선 정확히 알리고, 함께 공유해야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 같아 ‘소식지’를 만들게 됐다.”

오흥찬里長이 밤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언제 이곳에 정착하게 됐나.

“사실 이 땅은 지난 1986년 육군본부중앙수사단에 있을 당시 언더파를 칠 정도로 골프를 좋아해 나중에 미니 골프장이라도 만들어 볼까하고 매입하게 됐다. 이후 생각을 바꿔 지난 2000년 5월 11일 이 곳에 들어와 밤 재배를 시작하게 됐다.

첩첩산중인 이 곳에 터를 잡고 지난 2001년부터 직접 개간하면서 10㏊(3만평)에 3,500그루의 밤나무를 식재했다.

올 때는 아내에게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까지도 고생하는 아내를 보면 항상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소신껏, 열심히 살고 있어 부끄럽지는 않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농장에서 밤 수확이 가능해졌고, 밤재배자협회 총무 일에 동네일까지 맡게 돼 더 바빠질 것 같아 더 미안하다.”

-농사일보다 다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뺏겨 가족들 불만이 많을 것 같은데.

“노후에는 좀 편하게 지내나 했더니 오히려 일복이 터진 것 같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면서 시작한 농사일이었던 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했다.

그런 열정으로 먼저 한국밤재배자협회 총무로 2년간 열심히 일했다. 초기 118명이었던 회원을 3,000명까지 만들어 놓고 사직했다.

이제 지역 일에 매진해 보자는 결심으로 2004년부터 공주알밤재배자협회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당시 66명이었던 회원이 최근 합류한 회원 4명까지 합하면 761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 농가의 29%에 해당하며, 면적으로는 56%(市전체 5,891㏊ 중 3,456㏊ 차지)에 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이런 결과로 공주를 대표하는 밤 생산자단체로 자리매김해 큰 보람을 느낀다.”


-5도2촌 시범마을로 선정됐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동네일을 맡게 된 것도 5도2촌 시범마을로 선정됐기 때문이며, ‘소식지’발간도 더 많이 홍보하고 알려야겠기에 자구책으로 만들게 됐다.

우선 5도2촌 시범마을과 관련해서는 마을 입구인 한천저수지 초입에 홍살문과 같은 상징적인 조형물을 곧 설치할 계획이다.

또 운영중인 신암농장과 인근 2개 농장을 합쳐 총 30ha(9만평)에 알밤 줍기 체험농장을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6km에 달하는 무성산 임도를 활용한 꽃길조성, 산악자전거 코스 조성, 관광마차 운행, 승마체험장, 한천저수지 낚시터 활용 및 산책로 등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며, 홍길동 동굴도 잘 활용하고 개인적으로 황토방을 만들어 편히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작목반도 두개로 특화시켜 농산물작목반(콩, 딸기, 고추)과 밤작목반(밤, 표고버섯)으로 활성화시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청정 먹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며, 오는 22일부터는 작목반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전정교육(가지치기)을 실시할 예정이다.

부락민들이 자발적으로 한번 해보자는 동기를 유발시키면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가겠다. ‘함께 노력해서 쾌적하고 잘사는 동네 만들어 가자’는 슬로건으로 일치단결해 시에서 가장 모범적인 부락을 만들어 보고 싶다.”

-공주알밤재배자협회 사무국장으로서의 계획은.

“지난 2004년을 기점으로 우리 공주가 전국 밤 생산량 1위가 됐다. 이는 전 밤재배농가와 市가 뜻을 합쳐 열심히 노력한 결실이다. 이제는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종과 재배기술로 우위를 점해야 한다.

현재도 타 지역 밤보다 kg당 400원에서 800원 정도 더 받고 있지만 품종개량과 과학적인 재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나아가 공주알밤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에도 최선을 다해나가고, 올해 안에 공주알밤유통센터가 우성면 목천리에 건립될 예정이지만 금산인삼과 같이 전국적인 밤 집산지로 발돋움해 명실상부한 한국 밤의 메카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와 같은 유통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밤 국수, 밤 부침가루, 밤 막걸리, 밤 된장, 밤 묵 등 밤 관련 음식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나가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춰진 후에는 미련 없이 내 일을 할 계획이다.”

-직접 밤을 재배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도 중간상인들이 원산지를 속여 폭리를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주밤이 타 지역 밤보다 비싼 것을 악용하고 있으며,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울리는 파렴치한 행위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농민을 대표한다는 일부 농협이 밤 크기 선별기를 조작해 밤 재배 농가에 오히려 피해를 입힌 사례도 있었다.

재배농가들이 일년 내내 열심히 일한 대가가 정당하게 지급되도록 부도덕한 상행위 근절에도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가족관계는.

“아들(32)은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나와 같은 전철을 밟아 직업군인의 길을 걷고 있어, 어머니(75)와 아내(54) 이렇게 셋이 단출하게 살고 있다.”

오흥찬이장: 010-5080-8338, 855-7009(신암알밤농원)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