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문화원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공주문화원 초대전으로 이광복-50년만의 귀향 ‘상처에는 날개가 있다’전시회가 열린 것.

‘많은 사과가 한자리에서 뽐을 내고 있으니 어디에 눈길을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에는 먹거리에 불과한 사과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훌륭한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이 놀랍다. 물론 나도 그 누군가에 속한 사람이다.

공주가 낳고, 그리스가 키워준 화가 이광복. 그의 곁에는 늘 사과가 있었다. 사람도 낯설고, 말도 서툰 이역만리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됐을 터. 사과는 그에게 있어 가족과도 같은 편안함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달빛 밝은 날, 사과가 달빛에 비쳐 너무 아름다우니 사과로 보이지 않고 그리운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 같았어요”라고 고백한다. 사과는 그에게 있어 ‘그리움’이었다.

그 그리움의 정점에 ‘공주’가 있다. 꿈에도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공주. 그는 그 그리움의 원천을 찾아 공주로 왔다. 50년만의 귀향이다. 그리고 자신의 고희(古稀) 생일에 전시회를 개막했다.

고향이 그리도 좋을까? 전시회를 열던 날 그는 70세의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자신이 지닌 끼를 맘껏 발산하며 자신의 잔치를 즐기는 그를 보는 관객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퍼졌다. 이를 보는 사과들의 입가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한번 본 사과와 두 번본 사과, 두 번 본 사과와 열 번 본 사과는 분명히 달랐다. 거참 이상했다.

이번에는 오래봤다. 그랬더니 이번엔 사과가 ‘그림’이 아니라, ‘실물’로 다가왔다. 거참 묘했다. 그림과의 교감이라…. 처음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사과와 바람이라도 날까 싶었다. 아마도 이래서 수집가들이 거액들 들여 미술품들을 소장하는 가 보다.

입을 가진 동물과 말을 통한 대화도 좋지만, 때로는 입이 없는 사물과 무언의 대화도 꽤 괜찮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의 화실에는 아직도 누드화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바깥나들이를 기다리고 있다. 밖에 있는 것들이 화가에 의해 화폭 안에 담기고, 화폭에 담긴 것들이 다시 주인을 만나 세상 밖으로 나오는 아름다운 윤회.  

그런 아름다운 윤회가 반복되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예술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생 잊지 못하고 꿈속에서도 헤매다가 고향의 품에 안긴 그. 이젠 그 고향사람들이 그를 따뜻하게 품어주어야 할 필요성이 문 앞에 와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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