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리밥 시인"…좋은 시가 나를 변화시켜

나태주 시인이 시집 ‘한들한들’을 냈다. 읽고 나서 곧바로 또 읽었다.

‘절제미’와 ‘대구(對句)’, ‘반전(反轉)’으로 곱게 옷을 차려 입은 그의 시는 독자들의 가슴에 늘 편안하게 안긴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되지만, 시인도 사랑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없다.

이처럼 시인에게 있어 '사랑'은 필수다. 사랑은 비단 연인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자연, 사물, 이념, 절대자, 신념 등 자신이 가치를 둔 모든 것이 사랑의 대상이다. 그 중 우리가 가장 끌리는 것은 이성에 대한 사랑이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조물주의 생육하고, 번성시키기 위한 창조 의도로, 그토록 사랑을 했다가도 결혼을 하게 되면 오래 가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는 단점을 남겼다.

이러한 단점을 가장 잘 극복해야 하는 것이 시인이다.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다른 대상(?)을 상상하며 시를 읊는 것이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시인은 감수해야 한다.

시인이 커다란 부작용없이 편하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더 위대한 아내를 얻어야 한다. 시인의 아내는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사랑할 때 위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아내를 얻기가 좋은 시를 쓰기보다 더 어렵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집에 수록된 ‘패키지 사랑’을 통해 이렇게 읊었다.

가장 좋은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사랑해 주는 사랑

아내에게서 나는
그런 사랑을 배우곤 한다.

부럽다. 이 시를 나의 아내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기자도 고등학교 때는 물론 대학교 다닐 때 까지는 시를 썼고, 발표도 하고, 상도 탔지만, 지금은 마음속에 쓰거나, 발표하지 못하고 감춰두고 있다.

시는 상처를 입은 만큼 시인에게 보답한다. 상처가 깊이 있는 시를 짓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인은 ‘상처’도 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참으로 고약한,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이 천형(天刑)이을 시인은 그저 묵묵히 감수해야 한다. 나태주 시인은 시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인

주름이 많은 애벌레

주름마다 슬픔과
외로움이 새겨져 있다.

‘시인’과 ‘독자’는 하나다. 어떤 시를 공감했을 때 시의 주인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다.

시인은 단지 독자들이 느꼈던 감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승화시킨 사람이고, 독자는 그런 언어를 찾고 있었는데, 시인에게 단지 선수를 뺏긴 사람이다.

깊어 가는 가을, 코스모스의 흔들림이 애잔하게 느껴지거나, 풀벌레의 울음소리에 가슴이 멍해진다면 책꽂이에 꽃아 두었던 시집을 꺼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들한들’은 끼고 다니며 읽기에 좋은 시집이다. 이 책은 밥북에서 출간했다. 가격은 9000원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