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3일 공산성 곰탑무대에서 무용극 백제기악 사마의 꿈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공산성 곰탑무대에서는 무용극 백제기악 ‘사마의 꿈’이 펼쳐졌다. 공주대 최선 교수의 공산성 춤 네 번째 이야기로 펼쳐진 이 공연은 백제시대의 무형유산으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백제기악의 문헌을 바탕으로 인물을 재해석, 무용극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이 공연에 등장한 인물은 ▲오공-유년시절의 무령왕(사마) ▲오녀 ▲취호왕 ▲곤륜 ▲취호종 ▲오녀종 ▲사자 등이다.
‘오공’은 왕족으로 청렴하고, 정직하며, 백성을 진정으로 아끼는 강직한 인물이며, 훗날 백제의 중흥을 이끈 왕으로 등극한다.
‘오녀’는 오공이 사랑하는 여인으로 오공과 사랑을 나누며, 정절을 지키는 규수로 취호왕의 계략에 오공과 생이별을 하게 되지만, 이내 재회하여 백제의 왕비가 된다.

▲오녀를 납치, 악행과 술을 좋아하고, 여색을 탐하는 취호왕(최선)이 궁중연회를 여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취호왕’은 백성을 도탄으로 내몰고, 여색을 탐하여 오녀를 납치하는 등 악행을 일삼는 인물로 사자에게 응징을 당한다. ‘곤륜’은 여색을 밝히는 호색 음탕한 인물로서 취호왕의 내면을 표현한다.

‘취호종’은 취호왕의 내시, ‘오녀종’은 취호왕의 궁녀이며, ‘사자’는 마귀를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하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영물(靈物)로 취호왕을 벌하고, 오공을 맞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작품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1장은 오공, 오녀의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 ▲2장은 오녀를 납치한 취호왕이 백성의 고혈(膏血)로 궁중연회를 여는 장면 ▲3장은 벽사진경(辟邪進慶)하는 사자의 춤 ▲4장은 오공을 맞이하는 민중의 환호 ▲5장은 왕이 된 오공 ▲6장은 탁무(鐸舞)로 전개됐다.

공연이 진행되는 40여분동안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마음속으로 출연진들의 춤사위를 따라 춤을 추며 하나가 됐다.

 

▲5월 23일 펼쳐진 무용극 백제기악 사마의 꿈 공연에서 출연진과 시민들이 '백제 춤'을 추고 있다.

 특히 맨 마지막 다함께 백제 춤을 추는 순서에서는 모두가 나와 춤으로 하나가 됐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땅에서, 백제의 후예들이, 1400여 년 만에 백제의 춤을 재현해 내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산천초목도 기뻐했고, 춤을 추는 이들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열광했다.

▲최선 교수가 ‘백제 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백제 춤 전승보존회장을 맡고 있는 공주대학교 무용학과 최선 교수는 요즈음 백제 춤에 푹 빠져있다.

“‘일본서기’에는 612년 백제인 미마지(味摩之)가 백제기악을 일본에 전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미마지’는 티벳어로 ‘고승’또는 ‘예능인’을 뜻한다고 하며, ‘미마지’는 예능에 능한 승려로, 가면극 집단의 대표였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는 오사카의 사천왕사에서 제자들을 양성하고, 공연하면서 백제 가면극의 전수에 앞장섰는데, 그의 절대적인 지지자가 쇼토구 태자였다고 합니다. 가면극과 음악, 춤으로 이루어진 백제의 ‘미마지 탈춤’은 일본의 ‘기가쿠(伎樂)’라는 장르를 탄생시키며 고대 일본음악의 주류가 됩니다. 즉 미마지가 1400년 전 일본에 한류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인 셈이지요.

612년 백제의 미마지가 일본에 전파한 백제기악에 담긴 백제인의 정신과 숨결을 재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후손들이 제2의 부흥을 꿈꾸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 무용극 백제기악 ‘사마의 꿈’을 창작했는데, 이렇게 공주시민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게 되니 금방 하늘에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기쁩니다.”

최선. 그녀는 춤을 추어야만 사는 맛이 나고, 춤을 통해 무아지경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타고난 ‘춤꾼’이다.

“제가 열정으로 춤을 출 때는 내가 아닌 내가 보이고, 내가 아닌 나의 소리가 들리고, 내 것이 아닌 나의 생애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제 몸은 꽃이 가지에서 떨어져 흙에 닿으면 그 곳에서 새 잎이 돋아 열매가 맺어지는 것처럼 영원한 사랑의 목마름으로 안타까움을 달래고, 미완성을 완성으로 만들기 위해 몸짓을 하고, 그 몸짓은 춤사위가 되어 무대를 휘젓고 다닙니다.

사람들이 ‘이별’이라는 아픔 뒤에 새로운 만남이 찾아오듯, 모든 이들의 인생 안에 어두운 내면과 영롱한 희망이 공존하듯, 진정한 희로애락을 품은 춤은 바로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최선교수가 공주시민들에게 '백제 춤'을 지도하고 있다.

 

 

 

 

 

 

 

 

 


▲최선교수가 공주시민들에게 '백제 춤'을 지도하고 있다.

이토록 춤과 나 혼자만의 사랑에 빠져 있던 그녀가 요즈음은 그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주기 시작했다. ‘백제 춤’을 만들어, 백제의 후예들에게, ‘백제 춤’을 추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

덕분에 그녀에게서 춤을 배우고 있는 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녀가 아니면 누구에게서 백제 춤을 배워 백제 춤의 향연에 빠질 수 있겠는가.

“저는 앞으로도 기존의 연구내용을 발판으로 백제기악을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접근하여 우리 전통의 혼이 담긴 우리 춤으로 재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고유의 백제문화를 담은 백제기악을 재창출하는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춤을 추는 사람은 많다. 춤을 가르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백제 춤을 재현, 백제의 후예들이 백제 춤을 추도록 가르치는 사람은 최선(最善)을 다하고 있는 단 한 사람 최선 교수 뿐 이다.

그녀가 개척한 ‘백제 춤’이 마을마다 널리 퍼져서 군무(群舞)로 활짝 피어나 백제의 조상들이 마냥 흐뭇해 껄껄 웃게 될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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