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7박 8일, 현란한 축제와 같고 춤사위와도 같았던 여행은 끝이 났다.

돌아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추슬러 일상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행 기간의 낭만과 여유와 일탈을 멀리 하면서 새로운 삶을 지향해야 한다.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를 주는 것은 독서와 여행과 인생의 고난과 시련이다.

고난과 시련은 사람을 낙망케 하여 아예 그 자리에 주저앉게 하거나 판을 깨게 하므로 권할 일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독서는 일상적인 일이라 평범하고 가장 좋기로는 여행이라 하겠다.

나는 이번 여행길에서 무엇을 새롭게 각성하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마음을 다져 먹었던가. 희미하게나마 중국의 시가를 새롭게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기대 효과는 별반 없어 보인다.

나의 인생이 종착점에 이르고 있고 나의 시와 문학 또한 개선의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많이 늦었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다시 읽는 두보나 이백의 시의 느낌은 사뭇 다를 것이 분명하다.

현실적인 눈으로 볼 때 중국은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 나라였다. 곳곳에서 부서진 집이나 마을을 보았는데 그것은 국가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고 이주시키면서 집단 관리하는 과정으로 보였다.

무한대로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과 많은 사람들. 막강한 국가의 통제력. 아직은 무질서하고 꼬리꼬리 냄새가 나고는 있었지만, 늙은 나라 중국은 만만디의 힘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그러한 중국이 새삼 두렵다는 생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찌해야만 하나, 정신 차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역시 돈황의 막고굴 부처와 벽화다. 거기에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동양 삼국 예술의 특성으로 기준 삼았던 양과 선과 색이 모두 다 들어 있었다.

만약에 그가 살아서 막고굴을 보았더라면 서둘러 그런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혼자 웃어본다.

진저리쳐지는 진시황의 병마용 갱. 대안탑이 보이는 분수대 돌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느꼈던 대지의 온기. 황하의 거친 바람과 황토 빛 물결. 양가죽 배. 조랑말 마차. 명사산의 모래와 낙타. 월아천. 그리고 먼지같이 가는 모래의 모래밭. 거기에 잠시 누워서 보았던 사막의 하늘과 구름. 막고굴의 수많은 벽화와 부처들. 비천상. 장경동. 돈황호 야간열차. 함께 지낸 한 밤.

그것들은 천천히 잊혀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모두가 잊혀지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끝까지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돈황의 막고굴 앞에서 만난 백양나무 높은 가지에 이는 모래바람 소리다. 언제까지고 그것은 내 가슴 속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자라면서 나와 함께 울면서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견뎌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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