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버킷리스트’란 말이 있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 정도가 그 말의 뜻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버킷리스트나 마찬가지다. 성한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버킷리스트의 연속이겠다.

그 가운데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고 더러는 그림을 그리는 일도 버킷리스트가 되리라.

그러나 나에게 특별한 버킷리스트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사막에 가보는 일이다.

이미 미국 여행길에 모하비사막을 여러 차례 건너보았고, 데스밸리에도 가서 사막 가운데에서 1박 하면서 별빛도 보고 오아시스도 살피고 모래바람도 만끽한 바 있다.

그러나 나는 아시아 쪽의 사막을 보고 싶었다. 미국 쪽의 검은 빛 모래가 아니라 황색 빛 모래를 만나고 싶었고 그 모래밭에 잠시 누워 보기도 하고 싶었고 또 거기서 하늘의 별빛을 우러러 보기도 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오래 전부터 공주의 좋은 일꾼인 특급뉴스 김광섭 대표에게 말하고, 한번쯤 아시아의 사막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부랴부랴 꾸려진 것이 이번 7박 8일의 중국 실크로드 여행단이었다. 2015년 7월 8일부터 7월 16일까지. 공주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든지 공주문화원에서 나한테서 글을 배우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부족한 인원은 희망하는 분들로 채웠다.

이미 잘 아는 얼굴들이 있었고 공주 사람들이라 해도 처음 만나 통성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여행의 일원이 되면 여행하는 동안만은 가족이 된다.

혈연의 가족은 아니라 해도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지붕 아래 잠을 자고 같은 이동수단으로 옮겨 다니니 운명공동체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일이다. 일곱의 부부 커플과 네 명의 솔로로 구성된 그것은 매우 이상적인 여행 구릅이었다.

여행 제안자도 나이고 일행 가운데서 연장자도 나이므로 자연스럽게 내가 단장 겸 인솔자 격이 되어 앞에 서고 김광섭 대표가 후미에서 주선하고 밀어주는 스타일로 여행의 일정은 진행되었다.

7박 8일. 지루하다면 지루하고 아쉽다면 아쉬운 일정. 그러나 일행 가운데 누구도 불화하거나 불평하는 사람 없었고 모두가 건강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쉬워 뒤를 돌아보고 돌아보았으니 분명 이번 여행은 성공한 여행, 감사한 여행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러기에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을 핑계로 조그만 사진전을 약속하기도 했다.

나이 든 사람치고서 나는 여행을 그다지 많이 해보지 못한 축이다. 만주와 북경을 에둘러 백두산을 보는 여행 두 차례와 계림 여행 한 차례, 도합 세 번 정도 중국을 다녀왔다.

일찍이 일본사람본 사람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의 예술』이란 책에서 ‘중국 예술의 특징은 볼륨(量)에 있고 한국의 예술은 라인(線)에 있고 일본의 예술은 칼라(色)에 있다’ 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나의 중국 여행은 그의 그런 생각 정도를 확인하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달랐다. 중국의 역사와 정서와 혼을 송두리째 만나는 여행이었다. 여행길 내내 나는 벅차오르는 감흥을 주체할 길 없어 가슴이 먹먹해 옴을 견뎌야 했다.

더구나 이번 여행은 아내와 동행한 여행이 아닌가! 아내는 나에게 또 하나의 집. 아내와 동행하는 여행에서는 언제나 집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나보다도 훨씬 여행을 해보지 못한 아내. 두 차례 미국 여행과 한 차례 일본 여행에 이어 중국도 아내에게는 최초의 여행길이었다. 그러니 이번 여행은 아내의 설레임과 두려움까지 겹쳐지는 여행이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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