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우리 집 담에는 옻나무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옻나무 껍질을 벗겨 똘똘 말아 보관하셨고, 집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닭을 잡아 옻을 넣고 삶아 대접하셨다.

노오란 국물에 기름이 동동 뜨는 옻닭을 먹노라면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 손님이 우리 집에 자주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의 추억, 익혔던 감각은 의외로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어렸을 때의 감각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형산강 가든. 집이 계룡면 하대리이다 보니 이 식당 앞을 자주 지나다녔다. 그러면서 왜 ‘형산강 가든’이라고 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주인이 형산강 쪽에 살았었나보다 하는 추측도 했다.

그러다가 형산강 가든에 가서 식사할 기회가 생겼다. 닭과 오리가 주 메뉴였는데, 난 옻닭을 선택했다. 어렸을 때 아버님이 해주시던 옻닭 맛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다리던 옻닭이 그 몸을 드러내는데 눈이 먼저 감겼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어렸을 적 뛰어놀던 고향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호호 불어가며 국물을 한 술 뜨니 첫 맛이 입에 척 감긴다. 그러더니 어렸을 적 옻닭에 대한 감각이 고개를 번쩍 든다.

이 맛을 그리도 원했건만 찾지 못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찾은 느낌이 들어 어찌나 기쁘던지…. 밥상에 놓인 반찬들도 꽤나 싱싱하고 정결하다.

20여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이 집은 동치미가 맛있기로, 찰밥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입맛이 팍팍 당길 정도다.

개인적으로 나는 옻닭에 한약재를 넣는 것보다 옻만 넣어 삶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한약재를 넣으면 몸에는 어떨지 모르나, 옻닭 고유의 맛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문할 때 미리 “옻만 넣어 달라”고 요청한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형산강’이라는 이름은 포항에 있는 형산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유명한 작명가가 만사형통하라고 이름을 지어줬다는 것.

맛도 좋은데다가 그 영향도 받아서일까? 이집은 계룡산 밑, 지금은 새로이 터널이 뚫려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도 장사만 잘된다.

뜨끈뜨끈하지만 시원하기만 한 옻닭, 토종닭, 오리, 동치미, 찰밥의 백미를 맛보고 싶다면 이 집은 꼭 만나봐야 할 집이다. 적극 추천한다. 40분전 예약은 필수.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형산강 가든: 충남 공주시 계룡면 고비고개길 70
(지번) 공주시 계룡면 내흥리 117-1

☎ 041-856-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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