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다듬어 묶어 놓은
쪽파 수무 단이랑 쌀 두어 말과 잡곡을 이고
쉰 새벽 어머니와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갔다
.비좁은 버스 안에서도 보퉁이를 보물처럼
껴안고 있는 어머니가 싫어 멀찍이 떨어져서 갔다.
어머니는 시장으로 나는 중학교로
처음 본 사람처럼 휭 하니 교문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의 무게는 나와 상관없었다.
찢겨가는 운동화랑 하늘색
땡땡이 무늬 옷 한 벌만 생각했다.
학교가 파하고 슬며시 장터에 나가 보니
참새만 드나드는 시장 귀퉁이에 앉아
젊은 어머니는 시들어 팔리지 않는
파 단을 앞에 놓고 떨이를 하고 있었다.
늙은 시아버지의 잔소리가 생각났을 것이다.
쪽파 냄새 가시지 않은 후줄근한 보자기 속엔
다 식어 뻣뻣해진 호떡 몇 개와
싸구려 난전에서 건져 올린 구겨진 옷가지들
바짝 마른 미역 한 두름과 풋사과 몇 개
허기진 가난을 달랠 수 있는 국수 두어 다발
보자기를 밟고 다니던 참새 발자국까지
차곡차곡 쌓아서는 결코 시들지 않는
어머니의 질긴 사랑의 매듭을 만들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펼친 보자기 속엔
땡땡이 무늬 옷 한 벌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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