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 시인
의상학박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갖고 법률고문, 패션 디자이너 등을 역임, 1998년 문단에 등단한 이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는 이채 시인이 요즈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자신이 일천 번 이상을 읊고, 고쳐서 쓴 시가 국적을 잃은 채 망명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남의 자식이 되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이채 시인은 “제 시를 천명이 읽는다고 생각하고, 제가 쓴 시를 천 번을 읽어 봅니다. 그리고 다시 수정을 합니다. 저의 시는 그런 고통의 순간을 거쳐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그렇게 태어난 시들이 요즈음 사생아가 되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저의 대표적인 시라고 할 수 있는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라는 시는 2012년 3월경부터 이 시가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의 한 구절로 둔갑해서 일파만파 유포됐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2012년 6월경에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어떤 사람이 제 시에 ‘다산 정약용이 표절할 리는 없고, 당신이 표절한 것 아니냐’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다산의 목민심서에는 그런 글이 없습니다. 저는 산고의 고통을 거쳐 시를 낳아 놓고도 다산의 글을 표절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후 2년 반 동안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이를 중단하는 일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선 저는 ‘안 좋은 사람’으로 낙인찍혀야 했습니다. 저는 지금껏 화초처럼 살아왔는데, 이일로 인해 너무 힘들어서 자살까지 시도하려 했고, 그 흔적은 지금도 저의 집에 남아 있습니다.”

그녀의 시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구절로 둔갑을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2012년 7월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출처를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라고 밝힌 시를 카카오 톡 메시지로 받은 Y모씨는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마음에 크게 와 닿자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타이핑하여 포스팅했다.

당시 블로그 운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Y씨는 글감첨부 기능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이 시가 정말 목민심서 중에 기록되어 있는 것인지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창작과비평사의 <정선 목민심서>에 네티즌 리뷰 코너로 글감을 첨부, 이를 본 누리꾼들로 하여금 ‘이 시가 목민심서 중에 있는 것이 맞는가 보다’라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당시 Y씨는 창작과 비평사의 <정선 목민심서> 뿐만 아니라 다산 선생님의 목민심서 원본의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는 어떤 버전의 목민심서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던 상황이었고, 최초에 친구로부터 받은 카카오 톡 메시지를 블로그로 옮길 때, 행과 연을 재구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행과 연의 구성이 이채시인의 원작품과 달랐고, 친구로부터 받은 최초의 메시지에는 원작품의 1연의 5행이 빠져 있었다.

Y씨는 작가로부터 이에 대한 지적을 받고 지금은 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아직도 포털 사이트에는 이채시인의 시 구절이 다산 정약용의 목심서의 일부분에서 발췌한 좋은 글로 둔갑해 퍼져나가고 있다.

“저는 당시 시집 여섯 권을 냈고, 제가 쓴 900편의 시를 다 외우는 사람이지만, 이 일로 인한 충격으로 이후 2년 반 동안 단 한편의 시도 쓰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부러울 것 별로 없는 제가 세상을 떠나려는 생각까지 했겠습니까.

저의 이런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 지 아직도 저의 시는 무명으로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작은 관심이 사랑의 시작입니다’도 저의 시 구절입니다.”

23일 저녁 1시간 40분이 넘게 작가와 통화를 하면서 작가의 고통이 느껴졌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누구나,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아이를 남의 아이라고 우긴다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지난 공주시 옥룡동주민센터에 1월 한 달 간 걸렸던 현수막에도 ‘겸손한 사람은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한다’는 문구가 게재됐고, 공주시는 보도 자료를 통해 이를 다산 정약용의 목심심서에 나오는 글의 한 구절로 배포했다.

특급뉴스에서도 이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사회면 1월 21일자로 보도했다가 삭제한 바 있다.

특급뉴스는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작가에게 지면을 통해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하며 작가의 원문을 게재,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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