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갑사 ‘서울식당’

기자의 초등학교 시절 소풍장소는 거의 갑사였다. 12번의 소풍가운데 11번을 갑사로 갔고, 1번은 신원사로 갔다.

중학교 시절에는 1번은 갑사로, 그 외에는 신원사로 갔다. 고등학교 때 버스통학을 할 때도 늘 ‘갑사’행 버스를 타야 했다.

계룡면이 고향이어서 일까? ‘갑사’라는 소리만 들어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 진다. 소리만 들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갑사에 들어서면 아름드리나무들이 나를 반기는 듯 하고, 계곡도 “반갑다”는 인사를 쫄쫄거림으로 전하는 느낌이다.

갑사는 계절별로 아름다운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그 아름다운 자태에 갈 때마다 홀딱 반한다. 겨울엔 산사의 고즈넉함을 더 즐길 수 있어서 좋고, 봄에는 햇살에 펄럭이는 신록이 좋다. 그리고 여름엔 무성한 나무그늘이 주는 시원함이 좋고, 가을엔 장관을 이룬 낙엽의 향연이 좋다.

이런 눈으로 보는 즐거움 외에도 갑사에 가면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으니 바로 맛보는 즐거움이다. 기자가 갑사에 가면 자주 찾는 곳은 ‘서울식당’이다. 갑사입구 상가의 맨 위쪽에 위치한 ‘서울식당’에 가면 먹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귀한 손님, 대접해야 할 손님이 있으면, 서울식당으로 모신다. 오고 가면서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시내의 식당과는 달리 뭔가 특별한 곳으로 모시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곳에 가면 주로 ‘서울정식’을 시키게 되는데, 주문을 받고 나면 바로 싱싱한 파전을 굽기 시작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전에 젓가락질을 하다보면 도토리묵이 나온다. 도토리묵을 주인이 직접 만들어서 그럴까? 쉽게 끊어지지 않고 묵이 찰지다. 그 묵 위에 올라탄 깨, 싱싱한 야채, 김과 함께 먹으니 술술 잘도 넘어간다.

조금 있으니 휴대용 렌지에 올라탄 더덕구이가 나온다. 더덕에 고추장을 발라 구워먹으니 입이 좋다고 난리다.

어차피 오늘은 입을 호강시켜주자고 온 것. 상에 그득히 차려진 반찬들을 골고루 탐닉한다.

음식들은 그저 ‘흡입’해서는 안 된다. ‘음미’가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꿀떡꿀떡 삼킬 일이 아니라, 입에서 잠시 씹기를 멈추고, 그 음식만의 독특한 맛을 느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기자가 맛 집 기사를 쓸 때마다 가장 염두에 두고 행하는 성스러운(?) 작업이다.

한국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면 으레 국물도 따라와야 한다. 고기를 먹었어도 밥을 먹을 때면 된장찌개가 있어야 하고, 비빔냉면을 시켜도 국물이 따라 나온다. 그렇게 안하면? ‘국물도 없다’는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밥을 시키니 버섯전골이 나온다. 버섯과 쇠고기의 조화가 신비하다. 국물위에 동동 뜨는 기름기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게 다가온다.

수저 가득 퍼서 입으로 옮기니 온 몸이 행복해진다. 입에 쩍 달라붙는 맛. 이런 맛을 찾아 헤매지만,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에, 정다운 대화를 나누면서, 맛보는 이날 서울식당 정식은 참으로 멋진 선택이었다.

갑사로 가는 길에 ‘서울식당’이 있다. 서울식당에는 족구장, 넓은 야외가든, 50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단체모임장소로도 딱 이다.

서울식당: 충남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476-26 (041) 881-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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