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기자의 실크로드 여행기-1

실크로드(Silk Road). 평생 한번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실크로드’는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이 중국을 다녀온 후 1877년 ‘중국’이라는 책에서 독일어로 ‘자이덴슈트라젠(Seidenstrassen)’이라고 명명하면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주지로(絲綢之路)’라고 불린다. 우리말로 하면 ‘비단길’이다.

지난 7월 23일 이 즐거운 여행에 동참한 18명과 함께 실크로드 여행길에 올랐다. 실크로드에는 여러 코스가 있지만, 이번에 선택한 코스는 고대 인류 최고의 교역로인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인 1,150Km의 하서주랑.

‘하서주랑’은 난주와 무위, 장액, 주천, 돈황 등 하서사군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황하의 서쪽에 긴 복도모양으로 생겨 ‘하서주랑(河西走廊)’ 이라 불린다.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사막에서 낙타를 타는 이색적인 체험도 있었지만, 자랑스러운 고구려 유민의 후예로 실크로드를 지배한 고선지 장군과 ‘왕오천축국전’으로 유명한 신라 고승 혜초스님의 발자취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후 2시 공주대 정문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함께 갈 일행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반갑다. 이분들과의 4박 5일이 기대된다.

 

 

여행의 기쁨은 ‘설렘’에서 비롯된다. 이 설렘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난 이 설렘을 최대한 즐긴다. 어쩌면 떠나기 이전의 설렘이 실제 여행보다 더 황홀한지도 모른다. 꿈이 현실보다 더 황홀한 것처럼.

 

 

낯선 땅,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꿈꾸며 우리는 인천공항을 향했다. 새벽이 아닌, 오후에 떠나니 마음도 한결 여유롭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공항 신도시 해장국집에 들러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출국소속을 마친 뒤 모노레일을 타고 난주 행 전용기에 올랐다.

중국동방항공 승무원, 난주일보가 우리를 맞이한다.  한국 승무원이 있긴 있을 텐데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유리창에 맺히는 이슬방울들을 보면서 잠시 상념에 빠져든다. 50년의 세월이 빗방울과 함께 내리는데, 대부분이 아쉬움이다.  

난주까지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이륙하고 나니 기내식이 나오는데 간단한 빵과 음료이다. 기내식을 먹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니 난주공항이다.

현지시간은 오전 12시 10분. 중국 시간이 우리 시간보다 1시간 늦으니 우리 시간으로 따지면 1시 10분인 셈이다. 입국수속을 밟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현지 가이드와 만나 버스를 타고 이동, 호텔에 도착했다. 5성급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모닝콜을 받고도 더 자다가 뒤늦게 일어나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대열에 합류했다.

 

 

첫 관광지는 난주시내관광. 감숙성(甘肅省)의 성도(省都)인 난주(蘭州)는 해발 1,500m로 황토(黃土) 고원과 몽신(蒙新) 고원의 중간지대에 위치하며, 예로부터 실크로드의 핵심 하서주랑(河西走廊)의 출발지로 번성했다.

 

 

우리는 먼저 감숙성박물관을 들렀다. 감숙성박물관에는 채색 토기, 한(漢) 나라의 죽간 등 황하 문명과 불교 예술품, 로마시대의 은 접시, 이슬람 코란, 이란의 동전 등 실크로드의 유물 35만 여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漢나라 무덤에서 출토된 제비를 밟고 날아오르는 말의 역동성을 리얼하게 표현한 ‘마답비연상(馬踏飛燕像)’은 최고의 수작으로 꼽힌다.

마답비연상은 1969년 감숙 뮈위현 동한말기 장씨 장군 묘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길이 45cm, 폭 10,1cm, 높이 34.5cm이다.

 

 

세령운의 시 ‘회음행’ 및 ‘서경진기’중에는 ‘(한)무제 시대의 좋은 말 한필이 있었는데 비연초복이로라’하는 글귀가 있었다.

감숙성 하서주랑은 예로부터 중국의 주요한 말 사육지 중의 하나였고, 특히 랑주지역은 예로부터 ‘목마천하으뜸’으로 불렸다.

제비도 빠른데, 그 제비를 밟고 달리는 말의 동상을 보면서 명마에 대한 한나라 사람들의 애착을 볼 수 있었다.

 

 

박물관을 돌다 보니 익숙한 구조가 눈에 확 들어온다. 감숙성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는 이 익숙함. 이 느낌은 이 세상에 과연 ‘유일무이의 독특한 문화’가 있을까를 의심케 했다.

 

 

문화란 결국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 만들어지고, 각자의 환경에 맞도록 발전하게 돼 있다. 그 위에 누군가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첨삭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독특한 문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숙성 박물관에서 나는 이날 우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무령왕릉의 구조를 만났다.

 

 

황하. 황하의 상류는 황토물이 아닌 깨끗한 물이지만, 감숙성에서 황사와 만나다 보니 황하가 됐다.

 

 

황하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원지로 중국인들에게는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황하를 인자한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기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황하모친상’을 ‘중산철교 옆에 세웠다.

 

 

 

 

‘중산철교’는 1907년 독일인 기술자에 의해 건설된 황하 최초의 철교로 '황하제일교'라고도 불린다 . 중산철교 건너 산꼭대기에 있는 공원은 티베트에서 징기스칸에게 파견한 승려가 병을 얻어 사망하자 그를 공양하기 위하여 만든 높이 17m, 7각 8층의 백탑이 있는 백탑산 공원이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