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인물 탐구 –사과의 화가 이광복⑤

새아버지의 아들인 다른 동생이 또 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 당시 새 아버지는 생활능력이 전혀 없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이광복 화백에게 “도와 달라”고 했고, 착한 그는 그 동생까지 덜컥 떠안게 됐다.

거기에다가 어머니 수술비용까지 마련해야 했던 그는 저녁에 학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다. 그에게는 참으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는 미군부대 안에 있는 미술학원에 놀러갔다가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핸드릭’이라는 흑인과 친해졌다.

그는 한국을 떠나면서 그 자리를 이광복 화백에게 물려줬다. 월급은 비록 적었지만, 영어를 배울 수 있었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한 결과 토플점수가 잘 나오자 그는 미군부대 안에 있는 메릴랜드대학에 입학, 공부를 하게 된다.

등록금은 부대 안에서 만난 UCLA선생들이 전속으로 책표지를 만들어 달라고 해 그 표지를 만들어 주고 월 200불 정도를 벌어 해결했다.

그런 그에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 보아야겠다는 마음의 칼을 갈 일이 발생했다. 어느 날 새아버지가 “나한테 왜 그리 잘해 주는 거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다.

정작 자신은 대학에도 못 가면서도 동생들의 학비를 대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던 모양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그런데 또 이번에는 친구들이 그를 슬프게 했다. 이광복 화백이 화신백화점에 그려준 큰 그림 값을 믿었던 친구들이 중간에서 떼어 먹은 것.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그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그림이었다. 이즈음 그는 본격적인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 때 그린 그림이 창작미술협회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은 이광복 화백은 자신의 삶과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의 그림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을 위한 삶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대상(大賞)은 그의 인생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끄는 전환점이 됐고, 세계적인 화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 후 그는 낯선 나라에서, 낯선 삶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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