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이 아니라 '생각' 바꿔야

행정관서에 가면 ‘민원실’이란 것이 있다. ‘민원’이란 글자 그대로 일반 사람[민]이 바라는 바[원]를 말한다.

요사이는 서비스가 많이 고처저서 ‘원터치One Touch’가 유행이다. 한 번 두르면 약속된 시간 내에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선진적인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답답한 민원’도 있다. 신문의 기사도 일종의 민원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백제문화제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 문화제에 대한 민원을 내도 공주시 백제문화제 팀은 소통이 되지 않는다.

지난 시민과의 포럼에서 관계자가 나와 프로그램이 거의 완성단계라고 한 적이 있다. 일자가 다가오면서 진행자들은 눈코 뜰 사이가 없을 것이다.

이 글은 백제문화제에 대하여 ‘재’를 뿌리려는 것이 아니라, 바쁠수록 뒤를 돌아보며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바쁘다는 것과 시민과 소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다시 한 번 시민의 민원을 낸다. 민원에 대하여 답변을 해주기 바란다. 어려운 일도, 돈이 크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생각만 바꾸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이다.

‘백제문화제’는 ‘백제’의 ‘문화제’이다. 그러면 ‘백제’란 무엇인가? 역사인가? 지역인가? 거기에 관련된 주체[사람]인가?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프로그램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생각의 틀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민원을 드리는 이유이다.

‘역사’에 있어서 ‘백제’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웅진 백제와 사비 백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의 한성 백제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면 백제의 역사가 전 과정을 수용하는 셈이다.

또 백제에 영향을 주거나 받은 외국과 관련된 역사[백제문화제가 잘 써먹는 프로그램이 일본과의 연계이다]도 상정할 수 있다. 하여튼 이러한 역사의 범주를 결정하는 것은 주최자들의 몫이다. 다만 당대의 역사를 얼마나 담고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백제 역사 특히 공주에서 열리는 웅진 백제의 역사를 담는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못할 게 없다.

작년 백제문화제에서 ‘백제 기악과 미마지’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2012. 10. 5(금) 10:00 ~ 18:00]를 열었다. 국내 학자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의 학자들까지 와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 성과물로 200여 페이지가 되는 발표 지와 또 별도로 책자[충청남도 역사문화 연구원]를 내기도 하였다.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작년의 성과에서 활용한 부분이 적지 않을 듯하다[지금까지 학술대회를 많이 열었지만 활용도는 극히 낮았다].

▲ 사문투호
그러나 어디를 보아도 이를 활용한 흔적이 없다.

가까운 보기를 든다면, 백제놀이 코너에 적용할 만한 것이 있다. 요사이도 흔히 하는 투호놀이가 있다. 백제시대에도 투호놀이를 했다.

이를 살려 이번에 ‘백제투호놀이 대회’를 연다면 공주 특유한 역사적 행사가 될 것이다.

방문자들이 누구나 참석하여 나중에 제한된 시간 내에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에게 시상하면 된다.

행사 마지막 날 참석자에게 연락하면 폐막식도 풍요해질 것이다.

도우미 몇 명과 투호만 장만하면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놀이다.

심심풀이로 누구나 가볍게 참석할 것이다. 어른이나 아이 혹은 부녀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돈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특허도 내서 공주시 백제문화제의 상징으로 삼을 수도 있다.

다음은 백제 지역을 어디로 상정하느냐 하는 점이다. 공주백제문화제 팀이 고려하는 것이 ‘공주’만인가?, 아니면 ‘일본’까지인가? 행사 중에 무령 임금의 출생지로 답사 코스로 일본이 고려되고 있다.

▲ 2011년 열린 백제문화제 4대왕추모제에 참석한 일본인이 잔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면 무령 임금 출생과 관련된 지역을 상정한다면, 요사이 흔한 스토리텔링도 좋은 행사가 될 것이다. 혹은 익산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적용은 역시 같다.

이번에는 백제 사람이다. 현재 백제 지역에 살거나, 살지 않아도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까지 짜진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행사들이 이 항목에 속한다. 현실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특징이 없을 수 있다.

‘4왕 추모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유교에서 3헌관이 의례를 갖추어 모신다[진정한 의미에서 의례를 갖추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국가의례에서 춤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제 사회는 유교 사회가 아니다. 오늘날 사람 입장에서 4왕 추모제를 지낸다는 뜻이다.

▲ 2011년 열린 사대왕 추모제에서 이준원 시장이 잔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불교 의례로 지낼 수는 없는 일인가? 불교의례는 지내지 않으면서 그 의례 가운데 하나에 속하는 ‘헌다의례’를 지내는 것은 무슨 행동인가? 사람 중심으로 지내니 그렇다.

크게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다만 더 좋은 행사를 얼마든지 최소한의 재정적 투자로 치룰 수 있는 것을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공주백제문화제를 준비하는 팀에게 당부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줄 잘 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차 한 잔 드시면서 생각해보자.

지금보다 ‘의미’[김춘수 시인의 시]가 있는 행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에서 또 글을 쓰니 노여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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