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중회[JH 지식곳간채 원장]

요사이 백제문화제는 공주와 부여에서 충청남도 주관[백제문화제집행위원회(위원장 최석원)]으로 10월중에 동시에 열린다.

‘요사이’라는 의미는 그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음을 내포한다. 충청남도 주관으로 열린다는 의미도 그동안 일정하지 않고 공주와 부여가 각각 다른 독립된 시절도 있었음을 말한다. 하여튼 백제문화제는 ‘자칭 한국의 3대 축제’라고 자긍심을 지니고 있었다.

공주 사람[어떤 사람은 나보고 ‘외지 사람’이라고 한다. 1968년부터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여 공주사범대학에서 교수로 시작하여 정년한 뒤에도 여전히 공주에 사는데 말이다.

나는 공주에서 거의 40년을 살았고, 앞으로도 ‘공유풍속학’의 산실인 JH지식곳간채도 같이 할 것이다.]으로, 백제문화제는 축제가 많지 않던 초창기 시절부터 자랑거리로 자랑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백제문화제는 ‘한국의 3대 축제’라고 할 만한 자긍심이 무너졌다. 개성이 없이 다른 축제를 베껴서 진행하는, 그저 그런 축제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개상 ‘대제’와 ‘소제’도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공주와 부여가 동시에 열리되 격년제 대·소제로 교체됨을 이야기하는 것이 된다.

금년이 공주에서 대제가 열린다면 부여에서 소제가 열리는 방식이다. 소·대제는 규모가 차이만 있는 것이고, 열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개 대제가 1달이면 소제는 10일이 되는 식이다.

축제는 ‘생명체[소위 유기체론’]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도지사인가, 시장 군수인가에 따라 규모와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백제문화제의 자율성을 확보한 재단이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고 관공서 중심의 타율체적 축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축제의 가장 이상적인 운영 체제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일일 터이다.

현재 지원을 해주는 기관은 축제에서 재정적 자립성을 키워나가도록 하기 위하여 자체 예산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요사이 축제 지원 방식은 관공서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문제가 여간 많지 않다. 도지사나 시장·군수의 의지가 많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연결은 심정적으로 ‘선거’를 기반으로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축제 운영상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연결이 튼튼한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주관해오는 행사로 ‘무령임금 뵙는 날’[무령임금이 돌아가신 음력 5월 7일(금년은 6월15일)] 행사가 있다. 금년 3회째 열렸다. JH지식곳간채[한국풍속문화연구원 원장:구중회]와 한국독서문화연구소[소장: 성배순]에서 공동 주관하였다. 관공서 ‘무 지원’으로 행사를 치렀다. 물론 축제라고 모두 행정관서의 지원을 받을 필요는 없을 터이다.

▲ 지난 6월 15일 열린 제3회 무령임금 알릉마당에서 최선무용단이 '제의' 춤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3회 무령임금 알릉마당이 15일(음 5월 7일) 오전 10시 공주시 금성동 무령임금 무덤 앞 잔디밭에서 열렸다.

내가 '무령왕' 대신에 '무령 임금'이라고 쓰는 것은 중국문화와 관련이 되어 있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황제-왕(제후)-백성의 틀이다.

‘무령왕’이라고 하면, 혹여 중국 사람들이 와서 제후로 생각할까 하는 저어하는 마음 하나와 ‘임금’이라는 말이 있는데 한자 용어로 꼭 써야만 하나 하는 마음도 하나 있다.

무령임금이 누구인가? 공주의 상징이고, 백제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심하게 말하자면 백제문화제는 ‘무령임금[왕] 문화제’라고 해도 누가 말하기 어려운 성격이 있다. 그러므로 백제문화제는 내용상이나 성격상 무령임금이 꼭 들어가야 할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그런데 그 흔한 지원은 무일푼이다. 이것이 백제문화제를 이해하는 좋은 보기가 될 것이다. 백제문화제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운영된다.

대표할 ‘무령임금’이라는 표제가 어디에도 없다. 백제문화제는 방조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현재 백제문화제의 수준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백제문화제에 백제가 없다는 것이다. 있는 듯 설명하지만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물체가 나타나지 않는다. 한두 가지 보기를 들어 보이겠다.

백제문화제가 열리면, 공주의 강북·강남간 ‘사람 길다리’도 열린다. 견우와 직녀가 7월7석 날 만남을 연상하게 한다.

다리가 몇 개 있지만, 다 차량들이 중심이고, 사람은 변두리로 다닌다[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다리 하나쯤은 사람이 가운데로 다니고 차량들이 좌우로 지나가는 다리는 없을까. 좋은 상품이 될 텐데 하고 말이다.].

이 ‘사람 길다리’가 열리면, 덩달아 백제임금의 행렬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장군들의 호위를 받으며 길다리를 향하여 있다.

임금이 궁전을 빠져 나와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본다는 테마가 너무 좋다. 오늘 날 도지사와 시장 군수도 이와 같이 민심을 직접 확인하라는 상징도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촌스럽다. 우스꽝스럽다. 아무리 연출이라고 해도 그렇게 임금을 모실 수밖에 없는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백제 임금의 거둥[행차]을 그렇게 초라하게 할 수 있는가? 일국의 임금의 의장과 노부를 그렇게 ‘방치’할 수 있는가? 분노가 끓어오른다.

아무리 그래도 임금이면 햇빛을 가리는 일산日傘 하나는 들고 모셔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물론 백제임금 거둥문화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면 질문할 것이다. 학자들이 나서서 제시를 해야 한다고.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4년쯤인가 보다. 나는 백제문화제의 고위층에게 이 말을 전하였다. 그랬더니 문서로 해주라고 했다.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행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바쁜 일인가?

그래서 ‘임금님 내외분께는 일산을 씌워드려야 하고, 임금과 그 아내의 자리가 바뀌어 있다’고 공주시 담당자에게 글을 써서 보냈다. 물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 해인가는《웅진문화》에, 고증이 가능한 고려 현종의 공주 거둥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해당 공무원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작년 백제문화제에 역시 임금의 일산은 없고, 임금 내외분의 자리는 바꾸지 아니했다.

물론 금년에도 백제 임금에 대한 이러한 예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걱정으로 이와 같이 신문에 글까지 쓰게 되었다. 제발 이 말이 틀리기를 기원한다.

백제문화의 꽃인 임금의 행사를 무슨 ‘구경거리’로 꾸민다는 ‘의식’ 내지는 ‘인식’이 말이다. 어느 축제에서 본 모양을 생각 없이 베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백제문화제의 수준이므로 다른 축제와 변별성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나는《풍속으로 본 무령임금의 12가지 비밀》의 저자이다. 무령임금은 임금이 된 지 13년이 되던 해 아들을 잃었다. 힘이 최고조에 달할 때 아들이 죽었다. 아마 태자로 책봉된 임금의 큰 아들일 것이다.

그 슬픔과 비통은 6호분[이렇게 ‘일련번호’로. 어려운 ‘분’이라는 용어는 현재 고고학이 안고 있는 문화식민지적 병폐이다.]이 왕자의 무덤[학자에 따라서는 무령임금의 아내의 무덤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치아’가 젊은 사람이라는 데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치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온 바 있다.]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무령임금 무덤은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백제 이야기 창고이다. 그런데 백제문화제 관련자들은 누구도 나에게 한 마디의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이는 백제문화제의 내용과 특성을 살리려는 집행자들의 의지가 없다는 증거이다. 관련 전문가들의 눈치를 보느라 ‘외지 사람’인 나에게 말을 걸 수 없었던 것일까?

이러한 의식과 문화적 틀에 갇혀서는 백제문화제에 대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문득 어느 광고가 생각한다. 빌 게이트에게 ‘누가 제일 두려운가?를 물었더니 ’헌 창고에 앉아서 발명을 꿈꾸는 자‘라고 했다는 광고 말이다. 이노베이션Innovation 즉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선거문화 권력과 백제문화제 권력을 다 빼 집어내고 백제문화제 자체를 위한 구상과 혁신을 생각할 수 없을까? 가당찮은 꿈을 꿔본다.

실현 가능한 항목 두어 가지를 제안해 본다.

1. 백제임금 거둥 이벤트는 최소한 임금님 내외분들께 일산을 씌워드려야겠다. 그리고 임금 내외간의 자리가 바뀌어야 한다.

백제문화제에서 펼쳐지는 무령임금의 거둥장면. 임금과 왕비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임금이 동쪽에 아내가 서쪽에 있는 것은 좋을 때 하는 자리매김[이 때의 동쪽과 서쪽은 해의 뜨고 지는 방향이 아니라 북향을 한다고 하고 정하는 풍수 방위를 말한다.]이다.

구식 결혼을 할 때 남편은 동쪽에 서고 아내는 서쪽에 선다. 이를 길례라고 한다. 그러나 죽으면 흉례가 되어 임금은 서쪽에 눕고 그 아내는 동쪽에 눕는다. 무령임금 무덤도 임금이 동쪽에 그 아내가 서쪽에 있다.

그런데 금강 위에서 벌어지는 임금의 거둥은 ‘흉례’로 자리가 바뀌어 있다[자세한 설명은 《풍속으로 본 무령임금의 12가지 비밀》에 나와 있다.].

2. 4왕 추모제를 유교식으로 지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유가인들이 중심이 되어 4왕을 추모하는 행사로 진행한다 해서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교인들을 불러 추모할 수는 없는 것인가? 당시는 백제는 불교국가라고 볼 수 있어서이다. 확대하면 세계의 종교의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 제3회 무령임금 알릉마당에서 원효사 주지 해월스님이 불교식 분향의례를 올리고 있다.

기독교, 천주교 등도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식이 들어가야 백제의 냄새가 더 난다는 것은 확실하다.

3 금년 백제문화제에서는 무령임금과 관련된 행사를 하나 넣자는 것이다. 무령임금이 돌아가셔서 정지산에 계시는 동안과 무덤에 묻히는 과정 등 구상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많다.

전국 공예자들을 불러 무령임금 내외간의 귀걸이와 팔걸이 그리고 발걸이 체험도 좋은 현장체험 행사가 될 것이다.

요사이 음식문화가 성한데 무령임금 무덤에 나온 그릇 혹은 구슬들을 만드는 직접 만들거나 선물로 주는 체험학습도 가능할 것이다.

요컨대 소용되는 경비도 과제려니와 핵심적인 사항은 담당자들의 백제문화제 자체를 위한 ‘동일성Identity’에 대한 자각일 것이다.

금년 백제문화제에서도 이 고착화된 행태는 어김없이 또 ‘못 고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렇게 말하는 내가 금년에는 ‘거짓말쟁이’가 되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이런 불신이 깔려 있는 한 백제문화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축제란 ‘행사Event’가 아니라 ‘마음Emotion’을 모으는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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