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명석 박사 (충남희망교육연구소장, 한국교원대 초빙교수)

새 정부의 교육 공약은 “입시와 경쟁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사실과 지식에 대한 학습과 암기가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유학기제’가 도입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생이 한 학기동안 중간·기말고사를 치지 않고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 실험·실습, 프로젝트 학습을 하면서 진로탐색을 하는 제도다. 중학생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한 학기만큼은 시험부담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는 중학생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여 적성에 맞는 자기계발·인성 함양, 만족감 높은 행복한 학교생활, 공교육의 신뢰회복·정상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14년부터 2015년에 희망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통해 2016년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자유학기제 기간에도 학생들은 국·영·수 등 기본교과 수업을 받는다. 다만 강의식·암기식 수업을 최소화하고, 토론 학습 등, 자기 주도적 활동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또 자유학기제에는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대신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알아보고, 학생지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진도에 따른 형성평가, 학생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자기성찰 평가 등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맞는 평가방법을 학교별로 마련하여 시행한다.

자유학기제 동안의 평가는 고입에 반영이 안 되고, 학생 간 등수를 매기는 성적 산출이 아니라 '학생의 꿈과 끼 살리기와 관련된 활동 상황' 중심으로 학교생활부에 기록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착근하기 위해서는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무너진 교육, 위기의 학교가 되어버린 지 오래된 한국의 교육 현장에 얼핏 보면 적시타를 치듯 참 좋은 제도일 것 같은데, 곰곰이 살펴보면 상당한 우려를 앉고 있는 제도이다.

우선, 성공적인 실행을 위한 제반 인프라 문제, 교육 관련자들의 의식의 문제, 교육과정의 연계성 문제, 그리고 교육과 정치가 완전 분리된 일관성 있는 정책 수행이 관건이다.

시험 준비로 교육은 뒷전이 된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새 정부가 내놓은 공약의 핵심이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이요, 이를 실현할 정책이 자유학기제다.

일류대학이 교육의 목표가 된 현실에서 과연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면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이 가능할까? 그에 대한 우려와 기대 그리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선, 우려측면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학교 입학과 함께 시험 공포증에 시달리는 게 학생들의 현주소다.

입학도 하기 전에 반 편성고사를 치르는가 하면, 입학하기 바쁘게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실시해 학교별 교육청별, 시도별 서열을 매기고 기말고사 기중고사 일제고사 등 사흘이 멀다 하고 시험을 치루는 게 현실이다.

일등만이 살아남는 성적 제일주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시험에 대비해 선행학습이며, 시험 준비를 위해 두서너 개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고 있다.

벌써부터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이란 인프라 구축 없이 자유학기제를 섣불리 도입하면 경쟁교육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사교육을 더욱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972년. 초등학교에서 일주일에 하루씩 교과 수업을 하지 않고 교과와 관련된 스포츠 활동, 취미 활동, 현장 학습 등을 실시하는 날로 정해, 아동의 학습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학습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설정했던 ‘자유학습의 날’이라는 게 있었다.

준비 없이 시작한 자유학습의 날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박근혜대통령의 자유학기제 또한 이러한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먼저 필자는 자유학기제의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입시 경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취지만 좋은 하나의 사업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학교마다 지역마다 달라 학생들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 과연 학생들이 마음 놓고 진로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또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형성평가와 학생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자기성찰 평가로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파악한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지역과 농촌지역 간 진로체험의 질적 차이를 극복하는 게 우선 과제다. 특별히 별도의 시간 편제를 추가로 마련하지 않고 현행 교육과정의 틀 안에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교과 통합적 접근은 절대적 불가능해 보인다.

학교 교육과정 시간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교과에서 자유학기제의 주요 내용들이 반영되지 않으면, 실제로 자유학기제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혁신 없이, 중학교 한 학기 동안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고, 허울이며, 현행 입시체제 아래에서는 결코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업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무엇보다 체계적인 실행 로드맵도 없이 졸속으로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이어서,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결국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키고 계층 간 교육격차를 더 벌려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 크게 기대해 본다. 학생이 학업의 부담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기를 찾는 행복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자기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경험하게 되면 특목고나 인문계, 특성화고교 상관없이 나의 진로에 맞는 학교를 선택, 그곳에서 나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어서 학생들이 행복해 질 수 있고, 청소년 체험활동이 학업과 여가(놀이)의 유기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요인과 재정 요인 그리고 교사요인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자유학기제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루아침에 이러한 요건을 갖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전국 3,162개 중학교 1,849,094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교육 인프라를 언제 어떻게 구축할 것이며, 그들이 상담할 멘토 등 인적자원은 또 어디서 찾을 것인가?

시설여건도 그렇다. 한 학급 40명의 학생들을 어디서 개별상담을 하고 일일이 그들의 진로에 대한 안내를 해 줄 여건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중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시행하겠다는 자유학기제는 1970년 자유학습의 날이나 1990년대 '책가방 없는 날'과 같은 선행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여건도 갖추지 못하고 성급하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시행착오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 학생들이 실험용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실험학교나 조작된 통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12년간의 소중한 청소년기의 6분의 1이 시행착오로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인프라 구축은 물론 성적지상주의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자유학기제 초기에는 각 교과 내 통합 접근을 시도하면서 점진적으로 교과 간 통합 접근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 교육의 방향을 현재의 교사 중심, 집단적 성취 중심, 결과 중심, 체제 중심에서 학생 중심, 개인적 성취 중심, 과정 중심, 인간 중심의 선진국형 학교 교육으로 바꾸는 이정표가 필요하다.

고교서열화 등의 입시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학기제 도입은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당 학기 성적이 고입에 반영되지 않음에 따라 진로 탐색의 취지보다는 ‘노는 학기’로 인식될 가능성도 높아 맞춤형 학력 향상 프로그램 및 내실 있는 기본교과 수업은 물론,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살리는 다양한 평가방식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자유학기제의 시범운영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사회적 인프라 구축 여건, 교육 주체간의 공감대 형성 등을 종합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이 제도가 완전한 착근이 되려면, 학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성과에 대한 기다림이 필요하고, 교원에 대한 사전교육 및 인프라 동행구축이 절대적이며, 고입․대입 시스템과 연동을 하고, 한 학기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계성이 있어야 하며, 사교육의 심화 방안을 어떻게 제어하여 원래의 취지를 안착시키는 것이 그 책무성이라 하겠다.

문제는 시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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