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으러 갔다가 손님이 너무 많아 그냥 왔던 아픈(?) 기억을 지닌 곳. 공주시 금흥동 우남퍼스트빌 옆에 위치한 ‘한적골’ 에서 약속을 잡았다. 이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려 오늘은 공휴일로 잡았다.

공휴일이고, 약간 이른 시간이어서 식당이 한산할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빈 테이블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 하마터면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점심을 먹어야 할 뻔 했다. 공휴일도 소용없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이미 만석이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깔끔하고, 친절하며, 맛도 좋기로 소문난 이곳은 이미 명소가 돼 있었다.

‘한적골’은 밑반찬부터가 정갈하고, 맛깔나게 나온다. 어벙하게 깔린 반찬의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똘똘한 반찬으로 먹음직스럽게 준비한 것이 느껴진다.

예쁜 사기그릇에 새빨갛게 꽃단장을 하고 있는 배추 겉절이가 나의 눈을 유혹한다. 그리고 입안의 침샘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먹지도 않았는데 이미 눈으로 접수된 겉절이는 뇌를 자극해서 맛있게 먹을 준비를 시킨다. 참 놀라운 현상들이다.

계란말이도 애기 주먹만 하게 푸짐하게 제공된다. 불그레한 장떡도 계란말이와 동석하며 입맛을 자극한다.

이집의 그릇들에게서 귀티가 난다. 그만큼 신경을 쓰는 주인장의 노력이 숨어있다. 그 그릇위에 담긴 샐러드 또한 일품이다. 그릇을 무대로 펼쳐진 드레싱이 고소함과 달콤함을 선사한다.

드디어 오늘의 첫 번째 주인공인 ‘한적골 석갈비’가 입장했다. 다른 집의 석갈비와는 차원이 다르다. 기자는 식품가공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식당을 하면서 고기를 다뤄온 터라 금방 알 수 있다.

돼지갈비 포 뜨기 작업은 숙달된 기술자들도 힘들어 한다. 그만큼 어렵다. 그런데 이집의 갈비는 제대로 작업을 했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다가 온다.

석갈비는 양념이 고기에 잘 스며들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용하다. 한 입 베어 물고 음미를 해보니 참나무향이 솔솔 숨어있는 게 꽤나 부드럽다.

달달함과 훈연, 앞 접시에 고기와 함께 먹도록 준비된 파의 향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연출한다. 고기를 다 먹을 때 까지 따뜻한 온기를 유지해주는 돌 판이 고기 맛을 더욱 좋게 한다.

두 번째로 등장한 메뉴는 갈비 김치찌개. 냄비에 얌전하게 포기채로 담겨져 나온 묵은지가 압권이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김치는 죽을 때 까지 변심 없는 연인이다. 묵은지는 특히 더하다.

찌개가 자글자글 끓어 가위로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보려고 김치를 들어 올리니 묵은지 밑에 숨어있던 갈비 한 자락이 고개를 쏙 내민다.

한적골은 갈비 김치찌개에도 역시 좋은 고기를 사용했다. 통상 묵은지 김치찌개는 여러 가지 잡고기를 썰어 넣지만, 이집은 정선된 갈비 쪽의 고기를 사용한다.

이미 배부른 상태였지만, 자꾸 묵은 지와 고기에 손길을 가는 것은 말릴 수 없었다. 다이어트 실패다. 부득이 다이어트를 내일로 미룰 수밖에 없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니 그리 억울하지는 않다.

갈비 김치찌개에 달려온 돌솥 밥 한 그릇까지 뚝딱했다. 누른 밥과 숭늉은 한국인의 디저트. 이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는 일. 누른 밥의 구수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줬다.

‘한적골’이라는 명칭만 보고 한적하게 생각하면 기자처럼 큰 코(?) 다친다.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주인은 점심을 팔아서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한다.

“점심은 거의 서비스에요. 팔아서 별로 남는 게 없지만, 그래도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고마워 우리농산물을 이용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는 이집의 김동숙 대표는 밝은 미소를 지녔다.

한국인의 입맛을 자극하는 김치와 갈비의 오묘한 어울림을 맛으로 표현한 이 집의 석갈비와 갈비 김치찌개를 못 먹어 보면 반드시 3대가 후회한다.

위치 : 충남 공주시 금흥동 618-9번지 (우남퍼스트 빌 옆)
대 표: 김동숙
전화: (041) 852-7236, 010-3885-9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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