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오르니 해군 쉼터가 있다. 백령도 앞 차가운 바다 밑에 갇힌 우리의 아들들이 떠오른다. 잠시 묵념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지난다.
시루샘터에서 갈증을 채우고 또다시 시루봉을 향해 오른다. 이따금 피어있는 진달래와 개나리, 그리고 산수유까지 산행의 피로를 달랜다.
봄 햇살에 반짝이는 진해만을 오롯이 나의 발아래 두고 걷는다. 탁 트인 바다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고 머릿속까지 맑아진다. 언젠가 또 오고 싶다.
목재 계단 위로 시루봉(웅암)이 우뚝 솟아 있다. 저 시루봉을 지나 그 밑에서 점심상을 펼 것 같다. 따사로운 봄볕과 부드러운 바닷바람, 그 속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산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흑미밥에 유부초밥, 다시마쌈 그리고 취나물에 겉절이 한상 푸짐하다. 거기에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하산 길은 즐겁기만 하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지 못해 아쉬워하는 웅산의 왕벚나무들과 처음 신는 암벽등산화만 빼면. 발이 점점 심하게 아파온다.
창원시를 바라보며 장복산 안민고개를 넘어설 즈음 참고 참았던 고통에 등산화를 벗어 들었다. 진해시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능선을 돌고 돌아 드디어 4시간 만에 롯데마트에 도착했다.
그러나 한발자국도 뗄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우나까지 포기해야할 판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행은 뒤풀이 메뉴인 버섯 향에 흠뻑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