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산악회오늘 우리는 매월 예정된 행사를 치루기 위해 경남 진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화창한 날씨 속에 32명이 진해 웅산(熊山)행 버스에 올랐다. 회장님과 등반대장님은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신청 인원이 50명이 넘었었는데 연락도 없이 불참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리라.웅산(熊山)은 경상남도 진해시와 창원시, 김해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진해시에서 바라보면 산 정상에 우뚝 솟은 웅암(시루바위)이 마치 시루를 얹어 놓은 것 같다하여 시루봉(653m)이라 불리어졌단다. 4시간이나 걸려 남쪽 땅 진해시로 접어드니 벚나무들이 아직도 터트리지 못한 꽃봉오리를 매단 채 수줍은 듯 서 있다. 군항제 기간인데도...오늘 산행 들머리는 자은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 눈이 부시도록 맑은 햇살아래 발걸음 가볍다. 이내 예쁘게 조성된 임도가 펼쳐진다.파릇파릇 키 작은 나무들이 길 옆으로 가지런히 잘 정돈돼 있다. 눈에 익은 차나무와 찻잎, 역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참으로 멋스럽다는 생각이 든다.상록수인 차나무엔 차꽃과 함께 지난해 맺어 놓은 열매가 서로 마주보고 대롱대롱 매달려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란 이름을 실감케 한다. 벚꽃 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상큼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웅진산악회

조금 더 오르니 해군 쉼터가 있다. 백령도 앞 차가운 바다 밑에 갇힌 우리의 아들들이 떠오른다. 잠시 묵념하는 마음으로 그곳을 지난다.

시루샘터에서 갈증을 채우고 또다시 시루봉을 향해 오른다. 이따금 피어있는 진달래와 개나리, 그리고 산수유까지 산행의 피로를 달랜다.

봄 햇살에 반짝이는 진해만을 오롯이 나의 발아래 두고 걷는다. 탁 트인 바다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고 머릿속까지 맑아진다. 언젠가 또 오고 싶다.

목재 계단 위로 시루봉(웅암)이 우뚝 솟아 있다. 저 시루봉을 지나 그 밑에서 점심상을 펼 것 같다. 따사로운 봄볕과 부드러운 바닷바람, 그 속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산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흑미밥에 유부초밥, 다시마쌈 그리고 취나물에 겉절이 한상 푸짐하다. 거기에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하산 길은 즐겁기만 하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지 못해 아쉬워하는 웅산의 왕벚나무들과 처음 신는 암벽등산화만 빼면. 발이 점점 심하게 아파온다.

창원시를 바라보며 장복산 안민고개를 넘어설 즈음 참고 참았던 고통에 등산화를 벗어 들었다. 진해시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능선을 돌고 돌아 드디어 4시간 만에 롯데마트에 도착했다.

그러나 한발자국도 뗄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우나까지 포기해야할 판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행은 뒤풀이 메뉴인 버섯 향에 흠뻑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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