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낯선 비회원들이 많은 때문인지 한동안 뽀드득 뽀드득 설국을 걷는 발자국 소리만 가득하다. 하얀 눈길을 밟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어느새 눈이 녹아 환상적인 주목의 눈꽃은 감상할 수 없었지만, 햇살이 하얀 설원에 부딪히며 반짝인다. 눈이 시도록 하얀 설원이 동심을 자극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산행 인파로 붐빈다. 우리나라 3대강의 발원지인 이곳, 예전엔 머루며, 다래며, 각종 무공해 산나물로 넘쳐났던 그야말로 심산유곡의 청정지역으로 유명했었는데 이젠 폐광 후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니...
태백산은 생각했던 것 보다 악산은 아닌 듯싶다. 험준하지도 않고 급경사도 적어 무릎이 시원찮은 내겐 딱이다. 친구들과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그래도 버섯아가씨님, 해랑님, 희숙씨, 기숙씨가 있어 외롭진 않다.
문수봉에 오르니 멀리 검푸른 동해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주위는 온통 주목들로 가득하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 군락지인 것 같다.
ⓒ 웅진산악회 제공 |
2월 6일 오늘은 장 회장님 생일로 부인께서 손수 마련한 음식들로 기득하다. 희숙씨의 과일과 포도주, 그리고 따끈한 커피까지 산중에서의 진수성찬이다.
올라오던 중 도졌던 무릎 위쪽에서 또다시 쥐가 났다. 이렇게 몸이 부실해서야 앞으로 몇 번이나 산행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이 착잡하다.
밀려오는 슬픔에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픔도 있었지만, 예쁘게 간직하고 있던 추억들이 더 먼저 고개를 든다. 아름다운 곳에만 오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 그런 사람이길 바래본다.
하산 길은 언제나처럼 아쉽다. 바람처럼 나타난 준규씨와 피앙새가 주목을 배경으로 사진 몇 컷 찍고, 준규씨는 준비해 온 비료포대로 썰매를 탄다.
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무서워서 이내 포기했다. 피앙새님의 제안에 타진 못했지만, 폼은 그럴싸하게 잡았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짱이다. 조금 전 슬펐던 기억들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마냥 즐겁다.
어느 해보다 눈도 많고 추웠던 2009년 겨울, 시원치 않은 몸으로 내리 3번의 겨울산행에 따라나선 올 겨울이 아마도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오는 3월 6일 오르는 거제도 계룡산은 어떤 모습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