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라에 낯선 바람이 불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인 7월 28일 오전 11시. 진원지는 미국 댈라스.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이 곳 저 곳도 이 바람에 합세했다. 이름하여 '세계를 80분 안에: 라이브 국제 웹캠 낭독' (Around the World in 80 minutes: a Live International Webcam Reading Event).

세계 몇몇 나라의 시인들이 사이버공간에서 화상통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의 시를 낭송하고 대화하는 이벤트였다.

북 텍사스 비영리 문예단체인 워드스페이스 (WordSpace) 가 주최하고, 여섯 나라에서 시인들이 참가했다.

런던의Abol Froushan, 뮌헨의 Dean Pasch, 마닐라의 Edwin Cordevila, 몬트레이의 Andru Lemon, 뉴델리의 Saksham Khosla 와 더불어 한국에서도 이 자리를 빛내주는 분이 계셨으니 바로 공주문화원 원장이신 나태주 시인.

깜깜한 새벽 한 시도 마다않고 열심히 참여하셨다. 나는 행사 헤드쿼터인 댈라스 사무실에서 스카이프 (Skype) 를 통해 나 시인의 번역을 맡았다.

내가 이사로 봉사하고 있는 이 조직에서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이 행사를 하는데 혹시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그래서 나는 인연이 있는 한국의 나 시인을 떠올렸다. 그분의 프로필을 영역해서 행사 디렉터 캐런 민저(Karen X Minzer) 에게 보냈더니 “훌륭한 분을 모시게 되어 자신을 비롯한 다른 시인들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가 아주 컸다.

그녀와 나 시인 사이에서는 수많은 이메일과 통화를 오고갔다. 그렇게 나의 7월은 조심스레 지나가고 있었다. 기술적인 면, 소통의 방향 등에 대해 면밀히 준비해야했음으로….

개인당 할당된 시간이 많지 않다하여 나 시인과 나는 ‘행복’ 과 ‘시’ 두 편을 소개하기로 했다.

캐런의 시인에 대한 소개가 있은 후, 한국에서 나 시인의 한글 낭독이 있었다. 그 다음엔 미국에서 내가 영역한 것을 읽었다.

나 시인이 오리지널 시를 읽고 있을 때, 사무실에서 스카이프를 통해 바라보고 있던 이들의 숨죽이며 경청하던 감동적인 모습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시 낭송이 끝나고 짧은 질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느 문학도가 물었다. "What's the inspiration of your poetry? What motivates you to write your poems?" ("무엇에 영감을 받아 시를 쓰십니까? 무엇이 님의 시를 쓰게 하는 동기인지요?") 그에 대해 나 시인은 “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평생의 노력…" 이라고 대답하셨다.

정말로 공감이 갔다. 그녀도 진지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몇 편 더 소개할 걸 하는 아쉬움을 안고 다음 시인들에 귀를 기울였다. 스타일도 다르고, 목소리도 달랐지만 시에 대한 열정 하나로 하나가 된 시간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캐런에게서 감사의 이메일이 왔다. 발췌하면, "What an elevating and mind expanding experience Tae Joo shared with us!! The work he shared was penetrating in his observations parallels between humanity and nature. We are so greatly honored to have hosted a poet of his stature and what charm he brought to bear, being the last man standing at nearly 3 am!"

("나태주 시인과 함께 한 시간은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확장시켰던 경험인가! 그가 우리와 함께 나눈 시들은 인간과 자연의 유사성에 대한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와 같은 위치에 있는 시인을 소개시켜드릴 수 있어서 우리는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새벽 3시 제일 늦도록 남아 행사를 지켜보시는 모습은 얼마나 멋지신지.")

그녀는 덧붙여 나의 영시 번역에 대해서도 "… your soulful translation of his work was beautifu (영혼이 깃든 아름다운 번역)"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시인의 번역시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며 따로 날을 잡아 스페셜살롱의 이벤트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희망을 비쳤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 내내, 이 미국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었는데 긍정적으로 나와 다행이었다. 한국에서 많이 사랑받고 있는 시인의 시에 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이 짧은 나눔을 위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컴퓨터로 연결, 시를 낭독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담배연기 자욱한 클럽도 아니고, 호텔 컨퍼런스 장도 아닌, 일상의 컴퓨터 앞에 앉아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을 가로 질러 소통하는 이 축제는 분명 편리한 세상을 실감하게 했다.

그에 따르는 테크니컬한 위험부담 같은 것은 이 새로운 개념의 커뮤니티의 에너지를 막지는 못했다. 이후엔 스케일이 더 크고, 관중도 즉석에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이벤트도 시도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날도 덥고, 일정도 바쁜 가운데에서도 흔쾌히 응해주신 나태주 시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소 어려움은 따랐지만, 시인과 번역자 그리고 주최자와 다른 참가자들에게 이 행사는 열정과 인내, 보람의 산물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공주와의 소통에 도움을 주신 문화원 민영씨와 금성여고 최복주 교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사서 했던 고생이었을 수도 있는 이 무상의 다리 역할이 내겐 또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배움이었던 것 같다.

지면상으로만이 아닌, 다양한 범주 안에서 하나의 시인을 다른 나라에 알리기 위해서는 언어적인 정확성 이외에도 많은 책임과 귀 기울임이 따른다는 것을 체험했다. 서로 다른 문화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더 만나자고 하게하려면.

참고로 행사 링크 http://www.wordspacedallas.com/?m=20120728&cat=3에 가면 각 시인에 대한 정보와 짧은 비디오 영상을 볼 수 있다.

시인 중에서는 나 시인의 낭송 부분만 일부 녹음되어 있다. 첨부하는 사진은 휴대폰으로 촬영해 화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아주 소중한 순간이었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 나태주시인 Skype화면에 뜬 모습

▲ 행사에 참가한 다른 시인들
▲ 행사를 주관한 WordSpace 관계자들과 함께 (가운데 빨간드레스가 번역을 담당한 최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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