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주세광교회 이상호 목사

딸이 가까이 살다보니 종종 손자녀들을 보아줄 때가 있다. 지난 고난주간에도 여러 날 서연이(4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성금요일에 아내가 생일을 맞아 오후 3시까지 금식하고 아내의 정성으로 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토요일 오전까지 가족들이 함께 하다가 잠시 봉화대로 운동을 갔다. 서연이는 부모들과 함께 집에 간다고 따로 나갔다. 물론 양지(필명)는 주보를 만들고, 주일준비를 했다. 그런데 봉화대에서 아내가 잠시 헤어진 서연이를 만나서 다시 데리고 왔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산에서 할머니를 만난 서연이는 마치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것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할머니를 꼬-옥 끌어안아주면서 "나는 할머니가 좋아, 나 할머니 차 탈꺼야, 우리 같이 살자"하면서 달라붙었다는 것이다.

부활주일에는 이인면기독교연합예배까지 왼종일 손님 치르고 녹초가 된 아내를 아무래도 빼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생일에 남편으로서 해준 게 없었기에 든 생각이기도 하다. 시간은 이미 5시가 넘었다.

무조건 차에 태우고 '옛터'라는 곳으로 네비를 찍었다. 대전시 동구 하소동 361-1 '옛터박물관'이라고도 했다. 대전의 맛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제대로 생일파티를 해주고 싶어서였다.

▲ 옛 터

60km를 넘게 달려서 굉장한 조경에 장관이 나타났다. 해가져서 어두워지니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무조건 사진부터 찍었다. 그리고 박물관에 들러보니 '조선여인 나빌레라전'이 열리고 있었다. 조선시대 장신구들이었다.

▲ 민속박물관
김재용 관장이 1997년 건립을 시작 만48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공사함으로서 이루어낸 박물관이라고 한다.

▲ 박물관 내부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한 눈에 조망하여 일반인의 민속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대전에 설립된 사립박물관이다.

▲ 한식당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식당엘 들어갔더니 석갈비 1인분에 27,500원, 문제는 그나마 자리가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아내가 다른 데로 가자고 나온다. 정말로 돈은 문제가 아니었는데 마음에 드는 메뉴가 안보였다. 물론 구경은 무료로 잘 했다.

▲ 식장산

일단 나와서 어둡기 전에 다시 식장산을 찾았다. 식장산은 대전에서 제일 높은 산(해발 623.6m)으로 정상까지 차량이 갈 수 있어서 대전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요즘은 전혀 가보지 않은 곳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를 해주기 때문이다. 큰 도로에서 산길로 4-5km를 달려 정상에 올라 대전 야경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오다가 6천원의 행복을 찾았다.

▲ 대전 야경

돌솥밥에 마음이 끌려 찾아갔는데 한식당과 '풍차'라는 레스토랑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늦게나마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화려한 네온의 분위기에 이끌려 레스토랑을 먼저 들렀다. 역시 마음에 드는 메뉴가 안 보인다. 필자보다도 아내는 따뜻한 국물이 있어야 하기에 아내의 뜻을 따르기로 하였다.

이번에는 가정집에서 하는 한식당을 찾았다. '돌솥밥'이라는 메뉴가 보인다. 가격은 6천원, 웬지 싸구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수하게 밥을 해서 잘 익은 김치와 한 그릇 먹으면 나도 좋을 듯 싶었다.

오늘의 주인공 아내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돌솥밥은 원래 기다려야 하는 법, 시장이 반찬이라는 메뉴도 준비하게 되었다.

▲ 돌솥밥

그런데 정말 맛있는 열무김치가 올라왔다. 식당 주인이 직접 농사지은 파란 열무 한포기 김치가 올라왔는데 생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양지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게다가 집에서 담근 고추장까지 챙겨서 고소한 밥에 구수한 청국장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부러울 게 없어졌다. 게다가 아내로부터 복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피곤하더니 좋은 경치보고 먹고 싶었던 밥을 먹으니 너무 좋네요. 시집을 잘 왔어요" 그렇다면 장가를 잘 갔다는 얘기….

판암 IC로 진입해 경부선을 타다가 회덕분기점에서 호남선으로 들어서 다시 당진 선을 타고 동공주 IC로 나와 집에 오니 밤 10시가 안됐다. 저비용 고(高) 행복의 저녁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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