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는 위험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거기서 살아야지요. 우리나라 땅이잖아요. 그렇다면 거기서 사는 주민들은 어떻게 보면 국가를 위해 살아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살고 계신 주민들에게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정 부분 빚을 지고 있는 것일 수 있죠.” 연평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였던 이상달씨가 연평도 주민들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그는 공중보건의로 근무하였을 때의 고마움과 연평도를 지키겠다는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하였다.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십시일반(十匙一飯) 하자는 성금 모금이 도처에서 이루어진다. 새해 연초가 되면 이러한 이벤트는 조용히 사라져버리곤 한다.

그러나 지난 6일 김영삼 前대통령의 전재산기부발표는 연초 세간의 관심을 끌게 하였다. 기부에 대한 뉴스를 검색해 보면 스타급 운동선수, 연예인, 익명의 개인 기부자들과 기업 및 단체의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기부 관련 기사들에서 눈에 띄는 공통 단어는 ‘부’와 ‘노블레스 오블리쥬’, ‘기부문화’이다.

사후 재산환원을 발표한 원희룡은 "부자가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하였고, 빌 게이츠는 “부자들은 사회에 특별한 빚을 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앤드류 카네기는 “부의 축적은 가장 나쁜 종류의 우상숭배 가운데 하나이다. 그 어떤 우상도 돈에 대한 숭배만큼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은 없다”고 하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지도층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있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부나 권력 또는 명예를 가진 지도층은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공정사회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선도적으로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19세기의 자본주의 시대에서 21세기의 기부사회 시대로의 변화로 최근 나눔과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원시시대에도 공동체 결속을 위한 나눔이 있었다. 그리고 고대국가도 자국민의 곤란한 생활을 살핌으로써 강건한 국가를 보존하기 위한 나눔이 있었고, 국가 간 동맹과 평화 유지를 위한 나눔이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의 성숙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로 인한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기부문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나눔과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어렵게 모은 재산이나 평생 술 담배는 물론 음료수조차 사먹지 않으며 검약하여 모은 재산을, 자신의 능력을, 자식의 생명과 바꾼 조의금을 사회에 선뜻 기부하는 개인 기부자들과 노블레스 오블리쥬 가치에 의한 지도층의 개인 기부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아직 초라하다.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전통이나 가정에서 나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천박한 사치문화와 과시문화가 만연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와 더불어 건전한 기부문화의 정착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 방안은 기업중심에서 개인중심으로, 비정기적 기부에서 정기적 기부로, 비자발적 기부에서 자발적 기부로, 소수다액의 기부에서 다수소액의 기부로 전환되도록 기부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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