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행가 중에서 비전과 관련된 노래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국민가수 이미자씨가 부른 ‘황포돛대’라는 노래와 청소년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사공의 노래’가 비전의 의미를 가장 잘 반영해준다고 생각한다. 우선 ‘황포돛대’와 ‘사공의 노래’ 가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마지막 석양빛을 기폭에 걸고, 흘러가는 저배는 어디로 가느냐.
해풍아 비바람아 불지를 마라, 파도소리 구슬프면 이마음도 구슬퍼.
아~ 어디로 가는 배냐, 어디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

2.
순풍에 돛을 달고 황혼 바람에, 떠나가는 저 사공 고향은 어디~냐.
사공아 말해다오 떠나는 뱃길, 갈매기야 울지 마라 이 마음이 서럽다.
아~ 어디로 가는 배냐, 어디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

- 이미자씨의 ‘황포돛대’에서 -

1.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2.
순풍에 돛달고서 어서 떠나자. 서산에 해 지며는 달 떠온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가네. 물 맑은 봄~바다에 배 떠나간다.

- 홍난파가 작곡한 ‘사공의 노래’에서 -


‘황포돛대’는 비전을 상실한 선원들의 처량한 심정을 잘 나타내준다. ‘황포돛대’의 선장은 그 배의 리더다. 그런데 선장은 ‘황포돛대’가 나가야 할 목표와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선원들의 마음이 두렵고 구슬픈 것이다. ‘해풍아 비바람아 불지를 마라.’는 선원들의 하소연이 그것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또 ‘아~ 어디로 가는 배냐, 어디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라는 울부짖음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선원들의 참담한 심정, 그 자체다.

비전은 희망을 샘솟게 하는 묘약 중에 묘약이다!

한편, ‘사공의 노래’를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선장의 비전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목표와 방향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있는 것이다.

배가 출항하는 목표(또는 목적)은 ‘달맞이를 하러 가는 것’이고, 최종 항해 목적지는 강원도의 ‘강릉’이다.

이처럼 목표와 방향이 분명하니까, 모든 선원들이 신바람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어기야 디어라차, 노를 저어라.’가 희망에 부푼 선원들의 마음을 잘 나타내준다.

일반적으로 음악 애호가들은 우리나라 유행가나 가곡을 서양의 클래식과 팝송에 비해 한수 아래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방적으로 폄훼당하는 우리나라 노래에서 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필자에게는 여간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작곡가들이 만든 곡에다 주옥같은 노랫말을 붙이는 우리나라 작사가들의 놀라운 안목과 세상의 민심을 읽어내는 뛰어난 솜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비전과 관련된 국내 유행가는 이밖에도 몇 개가 더 존재한다. 가수로서 독특한 인생철학과 특유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송창식씨가 1970년대에 불러 히트시킨 ‘고래사냥’이 그 한 예다.

훗날 영화(감독: 배창호, 주연: 김수철, 이미숙, 안성기)로까지 제작되었던 ‘고래사냥’의 노래가사는 다음과 같다.

1.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2.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소리치며 고래 잡으러.

3.
우리의 사랑이 깨진다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모두들 가슴 속에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소리치며 고래 잡으러.


- 송창식씨의 ‘고래사냥’에서 -


위 가사의 도입부분을 보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서글픈 느낌을 준다.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어느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술을 먹고 춤을 춰 봐도 흥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중반 부분부터 노래의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하고, 노래하는 사람도 신바람이 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목표와 방향이 정확하게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래를 잡겠다.’는 목표와 ‘동해 바다’라는 방향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전은 사람들로 하여금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 하는 묘약 중의 묘약이다.

정치와 정치 리더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가?

필자는 YTN의 ‘돌발영상’ 코너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정치 리더들의 미션과 아이덴티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도대체 국회에서 거들먹거리는 저들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라고 말이다. 우리나라 정치 리더들은 하나같이 좋은 옷을 입고, 체어맨이나 에쿠스급의 검은색 세단을 타고 다닌다.

또 별 다섯 개의 오성五星 특급호텔에서 값비싼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거액의 세비와 판공비를 지급받으며 여러 명의 유급 보좌관을 거느리고 있다.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의원들은 지하주차장이나 자기 집에서 수 억 원의 현금 다발이 들어있는 사과궤짝을 선물받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지역민이나 지역 유권자들의 심부름꾼이라고 떠벌린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거지를 면밀히 살펴보면, 어느 구석에서도 심부름꾼의 체취를 느낄 수 없다.

오만불손하기 그지없는 데다, 한입 갖고 여러 가지 얘기를 능수능란하게 잘 한다. 또 세계의 도도한 흐름과 높다란 마음의 장벽을 쌓은 채, 저잣거리의 조직폭력배 수준의 파당을 지어 당론黨論이라는 이름으로 ‘끼리끼리의 횡포’를 만끽하는데 익숙한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도 정치가 왜 필요하며, 정치 리더들을 계속해서 뽑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 이냐?며 항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현재 한국 정치의 기능이 삼류이고 정치 리더들 역시 함량미달이지만, 과거 아테네 시대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전자 민주주의가 본격화될 경우,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이 정치인이란 것도 이제는 정치 리더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때다.

지금처럼 정치 리더들이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한, 당신들의 수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민들이 정치와 정치 리더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모든 국민들이 밝은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올바른 비전의 설정이다.

정치 리더들의 무능과 부정부패로 상처받은 국민들이 가수나 코미디언들을 통해 위로받고 잠자리에 드는 사회는 결코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정치와 정치 리더들이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나라야말로 진정한 일류국가다.

대통령은 전 국민들에게, 시장과 도지사는 시민과 도민들에게, 구청장은 구민들에게, 이장里長은 마을 사람들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자리이지 결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는 정치 리더들이 거의 없다. 오로지 ‘똠방 각하’들만 넘쳐날 뿐이다.

그런데 비전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비전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다른 안목으로 세상이 변화하는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하고,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국민대통합의 장을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 예측불허의 다양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자신이 이끄는 조직구성원들의 육체적 안녕과 사유재산권을 확실하게 지켜주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절대 덕목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비전인가?

비전이란, 국가나 조직이 나가야 할 장기적인 목표와 바람직한 미래상을 말한다. 또 그것을 접했을 때,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커다란 희열감을 느낄 수 있어야만 진짜 비전이다.

보험회사의 지역영업소에 가보면, 영업직원들의 이름 위에 보험수주실적이 막대그래프로 표시되어 있다.

만약 지역영업소장이 그 실적표 위에다 ‘우리 모두 보험수주실적에서 1등을 하자!’라고 써 붙여 놓았다면, 그것을 비전이 아니다.

왜냐하면 보험사의 영업직원들이 그 문구를 보고 가슴 뜨거운 희열감을 느끼기보다는 “아이고, 이젠 나는 죽었구나! 나처럼 대인관계가 넓지 못한 사람이 무슨 수로 저놈의 1등을 차지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다가 사표를 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개발독재시대(1961~1970년대 말)를 이끌었던 박정희가 온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1980년대만 되면 집집마다 자가용을 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서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합시다!”라는 말은 명확한 비전이었다.

오토바이도 흔하지 않았던 빈곤의 시대에 마이-카 시대의 도래到來를 주창한 박정희의 대對국민 약속은 국민들에게 하나의 희망이자 꿈으로 작용했다.

당시 박정희의 비전에 딴지를 걸었던 사람들은 무능력한 야당 정치인들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뿐이었다.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은 박정희가 제시한 비전에 환호했고 열심히 땀 흘려 일했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은 보릿고개의 서러움을 보기 좋게 극복하고 1980년대의 마이-카 시대를 화려하게 열 수 있었다.

물론 이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듯이, 박정희 식 개발독재가 훗날 무수히 많은 경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박정희는 그 시대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대로 설정했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유효적절하게 전파함으로써 최단기간에 한국을 신흥공업국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변모할 수 있었던 토대도, 사실은 박정희가 제시했던 비전에 기인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적어도 비전에 관한 한, 박정희는 훌륭한 정치 리더였다고 생각한다.

한편, 전두환에서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은 포스트-박정희의 비전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서 새롭게 제기된 것이 ‘죽은 박정희의 인위적인 부활’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는 과거 박정희 버전의 비전과 리더십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그 시대에 부합하는 비전과 리더십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 리더의 자리에 앉아있거나 향후 정치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은 지식정보화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비전의 설정과 제시에 많은 고민과 사색을 경주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미래는 결코 낙관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편히 쉬고 있는 박정희를 불러내서 지식정보화 시대를 이끌고 나갈 리더십의 전형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과거사’ 문제에만 집착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는 사람들의 무모함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가야 한다. 디지털 개념으로 중무장한 신진 정치 리더들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들에게 힘을 모아줌으로써 정치계의 빅뱅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세련된 정치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국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수준에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얼마 있으면, 우리는 한국호의 운항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번만큼은 그 지긋지긋한 학연, 혈연, 지연, 종교연을 훌훌 털어버리고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대권 후보들은 누구나 다 국민들의 공복公僕임을 자처하며 비굴한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들은 대권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공약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면서 과거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를 살펴보면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유추해낼 수 있다.

인간의 미래 행동은 과거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가장 일 잘하는 사람에게 몰표를 주는 선거혁명을 통해 한국의 정치발전을 이룩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선거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공주뉴스 독자님들께!

그동안 저의 부족한 졸고를 읽어주시고 성원해주신 공주뉴스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독자님들의 지도편달과 애정 어린 격려의 말씀은 제 가슴 속에 깊이 각인시키겠습니다.

약 1달여간 휴식기간을 가진 후, 12월 초부터 손자병법에 대한 새로운 집필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질책과 지도편달을 부탁드리며 공주뉴스 독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그동안 너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7. 10. 21

                                                                             김 덕 수 올림

 

 

김덕수 교수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1995년도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한국증권거래소 조사부, 고려대학교 강사, KAIST 경제분석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중등임용고사 출제위원, 국무총리실 소속 산업기술연구회 정부출연구소 기관평가위원, 자유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장, 대구교통방송 경제해설위원, 공주대학교 기획연구부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대학교 교수회장 겸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생각을 달리하면 희망이 보인다>,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 <김덕수 교수의 경제 IQ높이기>, <김덕수 교수의 경제 EQ높이기>, <맨주먹의 CEO 이순신에게 배워라>, <한국형 리더와 리더십>, <게임의 지배법칙으로 자기를 경영하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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