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죽동 121번지에서 살았습니다. 저는 다섯 살 때부터 공주극장에서 살았어요. 학교 갔다가 와서 저녁이 되면 극장에 가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었어요.

그러면 부모님께서 막 혼을 내주셔야 하는데, 고맙게도 우리 부모님께서는 제가 극장에 가겠다고 조르면, 언제든지 관람료를 주셔서 공주극장에 한 20년 동안 돈을 가져다 바쳤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극장에 대한 개념을 잘못 가지고 있습니다. 극장은 ‘정서의 산실’입니다. 제가 이 시골에서 자라서 화려한 옷을 하는 디자이너로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조명을 받은 것도 공주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의상도 보고, 음악도 듣고, 여러 가지를 보면서 그것이 쌓여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 같은 시골 촌놈이 디자이너로 변신해 뉴욕,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를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하게 된 것이 이 극장에서 얻은 정서가 힘이 됐던 것입니다.

지금 극장을 재생하신다고 열정적으로 말씀하시는데, 이름이 자주 바뀌면 안 됩니다. ‘공주극장’, 촌스럽지만, 얼마나 역사성이 있어요?

공주시민들 긍지를 가지셔야 합니다. 독일에 그 하이델베르크라는 시가 있는데, 완전히 공주와 같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하이델베르크는 구도시와 신도시가 나뉘어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의 구도시는 정말 구도시 같아요. 저는 오래간만에 공주에 왔는데, 공주는 하나도 옛날 같지 않습니다.

여기 국회 부의장님도 계시고, 훌륭한 분들이 공주에서 많이 나왔는데, 공주의 정서, 자라는 환경이 사람을 만듭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공간이 사람의 성격을 만든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옳은 말입니다.

이 극장을 개발하실 때 굉장히 거창하게 하시지 마시고, 대한민국에서 오래된 영화, 그 영화를 옛날 극장다운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곳은 공주밖에 없다는 것을 관광 비즈니스로 삼으세요.

거창하게 돈 들여서 사방에다가 뭐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삐그덕 삐그덕 하는 의자라도 놓고, 옛날에 무성영화에서부터 볼 수 있도록 1년 내내 오래된 영화를 상영하는 겁니다.

여기 학장님도 계시고,  여러 지성인들이 계신데, 역사라는 건 혼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공주의 모든 지성인들께서 역사를 오래 가도록 하셔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도자가 바뀌면 다 새로운 거 한다고 그럽니다. 자기 이름 낸다고. 그러면 안 됩니다.

제가 프랑스나, 유럽에 다녀보면요. 시장이 바뀌어도 오래된 것을 더 존중해주고, 그 가치를 더 공유해줍니다.

저희 딸이 프랑스의 오래된 작은 도시인 ‘숄레’라는 지방에서 한국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패션쇼 했습니다.

이때 숄레시 시장님께서 오셔서 축사해주고, 그 지역 시장에서 모든 돈을 다 대주었습니다. 그런데 패션쇼를 했던 그 극장이 마냥 아주 오래된 극장입니다.

‘숄레’시는 세계적인 면직물을 탄생시킨 도시로, 아동복이 발달했습니다. 아동복은 피부에 좋아야만 해서 면직물로 만들어야 합니다.

‘숄레’시에서는 세계의 면직물 대회 같은 걸 1년~2년에 한 번씩 하는데, 거창하게 안 합니다. 오스트리아, 영국 등 사방에서 오는데, 그 면직물을 처음에 짜던 공장, 염색하던 공장 거기서 시작하고, 옛날의 시설들이 그대로 다 있습니다.

무조건 새롭게 한다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내용이 중요하고, 역사성이 중요하고, 시간이 중요한 겁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예요. 너무 이렇게 거창하게 하시지 마시고, 정말 내용 있게 하시고, 끈질기게 하세요. 수시로 바뀌면, 역사성이 없어요.

이림 패션 디자이너(명예 중학동장)가 지난 3월 25일 구 공주(아카데미)극장 이별식에서 토크쇼를 하고 있다.
이림 패션 디자이너(명예 중학동장)가 지난 3월 25일 구 공주(아카데미)극장 이별식에서 토크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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