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림 디자이너가 특급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림 디자이너가 특급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공주출신의 디자이너 이림을 만나러 서울 청담동에 있는 유럽풍의 리임빌딩을 찾아갔다. 리임빌딩은 디자이너 이림이 운영하는 회사 사옥으로, 바로 옆의 청담동성당과 조화롭게 지어진 지역 랜드마크라고 불릴 만큼 독특하고, 예술적인 건물이다.

빌딩에 도착하니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노신사가 정문에서 기다리며 정중히 맞이해 주었다.

우리나라 1세대 오트퀴트르(고급 수제 맞춤 옷)의 거장 이림 디자이너는 “고향 공주에서 올라온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과 예의를 표시하기 위해 평소 잘 입지 않던 정장을 차려 입었다”며 아주 반가운 미소를 건넸다.

디자이너 이림은 공주시 반죽동 121번지(현재 공주세무서 근처)에서 태어나 중동초, 영명중, 영명고를 졸업하고 상경해 국제복장학원에서 공부한 후에 곧바로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어언 50여년 동안 한 우물을 판 그야말로 패션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어려서 남달리 몸이 약했던 그는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학업을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몸이 약한 그를 날마다 등에 업고 다니며 등하교를 시키셨다고 한다.

공주시 최초의 양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양재순 원장(공제의원 설립자)이 그의 수양아버지였으며, 병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도매상을 운영했고, 어머니는 영명학원에 다녔을 만큼 당시에는 흔치 않은 부유하고, 학식 있는 가정에서 자란 그는 몸은 비록 불편했지만 밝은 성격이었으며,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공주극장(현, 아카데미극장)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고 한다.

당시 학생들의 영화관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시대임에도 이림의 영화사랑은 남달라서 매일 찾아가다시피 했는데, 단속 나오신 이종민 선생님이 오히려 그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같이 영화를 볼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인기 배우였던 조미령이 주연한 바위고개, 장마루촌의 이발사 등은 여전히 기억나는 멋진 영화들이라고 회상했다.

또한 “악극단이 들어와 공연을 보고 나서 집에 와서는 악극단 흉내를 내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지금도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이림은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그야말로 맞춤 고급옷 분야의 거장이다. 지금도 발레리나, 성악가 등 예술 분야의 무대복을 비롯해 고급 의류까지 그의 작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와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고객들의 전화가 걸려 오곤 했다.

“나는 매일 옷감과 연애를 하고 있어요. 옷감은 소재에 따라 이미지가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는 만큼 옷감에 대한 많은 생각과 사랑을 담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꾸준히 연구하다 보면 본인도, 손님도 만족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들에게서 ‘옷 잘 입고 있다’고 피드백이 올 때 보람을 느낍니다.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기업이든 가치를 창조해야 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며, 이런 사회가 속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제가 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해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살고 싶다는 디자이너 이림은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는데, 3월 말쯤 고향 공주를 방문하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그는 영명고등학교 장학회를 꾸준히 지원하면서 고향 사랑, 모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영명고등학교 재학 당시엔 영명학교 캠퍼스가 대여섯 개 동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전나무들이 많았었다고 한다.

공주에 대해서는 애틋한 애정과 걱정을 표현했다. 그는 “공주는 공주답게, 있는 것을 최대한 멋지게 ‘개발’을 해야지, ‘개간’을 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가 있는 금강교도 그렇게 가꾸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림 디자이너는 “평소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편이지만, 일할 때는 철저하고 양보가 없는 것이 저의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런 그가 고향 공주를 방문하고 싶어 한다.

싱그런 햇살이 제민천을 반짝이는 아름다운 봄날에 패션업계의 작은 거인으로 우뚝 선 디자이너 이림을 그의 고향 공주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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