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이 슬퍼질 때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혼자 노래를 즐겨 듣는 편이다. 말을 많이 하고 나면 후회하는 편이라서 차라리 고독을 택한다.

작년부터는 미스터 트롯 출신 가수 임영웅의 노래에 푹 빠져 있다. 그전에는 거의 트롯을 듣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이 가수의 노래는 마음에 위로를 준다.

같은 노래를 몇 번을 들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좋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런 현상은 나 말고도 전국의 수 많은 여성들이 그의 노래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열성 팬들은 매일 멜론 같은 사이트에서 노래 스트리밍은 기본이고, 콘서트도 한 곳만 가는 것이 아니라 전국을 다 따라다니는 것을 알고 놀랐다. 경쟁이 심해 콘서트 표를 구하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잘 구입하는지 대단한 열정들이다.

지난 2월에는 임영웅이 방송에서 정동원 군과 함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를 듀엣으로 불렀는데, 정말 잘 부르기도 하지만 가사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았다.

이 노래는 특이하게도 가사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들려주는 노래이다. 노래 가사는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어쩌면 이렇게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노랫말이 있을까! 그런데 이 노래는 우리나라 것이 아니고 외국곡이라고 해서 한번 알아보았다.

이 노래는 1932년에 미국 볼티모어에 사는 주부 메리 프라이가 영작한 시 <내 무덤에 서서 울지 마오.(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프라이는 모친을 잃고 상심해 있던 이웃 주민을 위로해 주려고 영작을 했다고 하는데 원래 이 시는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전승되던 작자 미상의 시라고 한다.

이 시가 유명해지게 된 것은 1989년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테러로 목숨을 잃은 24살의 영국군 병사 스티븐 커밍스의 이야기이다.

스티븐은 떠나기 전에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보라며 부모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고 사후에 그가 남긴 편지를 개봉해보니 이 시가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스티븐의 장례식 날, 스티븐의 아버지가 아들이 남긴 편지와 시를 낭독했고, 그 장면을 영국 BBC가 방송하여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25주기, 미국 9.11 테러 1주기에도 낭독되어 더 유명해진 시이기도 하다. 이 시를 일본의 유명 작곡가 아라이 만이 곡을 붙여서 이처럼 아름다운 명곡이 탄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한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불러 유명해졌다.

나는 이날 노래를 듣는 동안 내가 좋아하고 정말 친하게 지냈던 이웃 형님이 생각났다. 그녀는 3년 전에 급성 암에 걸려 하느님 곁으로 갔다. 그녀가 떠난 뒤 1년은 정말 힘들었다.

그녀는 매우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는데 우리 집 앞에 있는 성당을 다녔다. 이 성당은 그녀의 피와 땀이 모여 지어진 성당이기도 하다.

나는 성당을 볼 때마다 그녀가 나올 것 같아 몇 번을 다시 쳐다보곤 했던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이제 2년이 훌쩍 지나고 나니 그런 현상은 많이 줄었다.

나는 이날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돌아가신 부모님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분들도 아마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세상을 돌아다니며 좋은 일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닌가 보다. 세월호에 하나뿐인 아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슬픔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어머니가 이 노래를 듣고 아들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세상을 떠다니며 노래 가사처럼 좋은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방송에서 들었다.

그 어머니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인생에서 자식을 잃은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은 없을 것이다.

가수 임영웅의 노래는 이상하게도 진심이 느껴진다. 임영웅이 부른 정수라의 ‘어느 날 문득’이란 노래에서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모든 게 다 아픔이네요. 날 위해 모든 걸 버려야는데 아직도 내 마음 둘 곳을 몰라요.’ 가사가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실리니 현재의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듣는 순간 푹 빠져들었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서도 가끔씩 가슴을 탁 치는 듯한 가사가 있다. 김호중이 미스터 트롯 결승전에서 불러 화제를 불러일으킨 조항조의 ‘고맙소’ 노래에서는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라는 대목이 너무나 공감이 많이 간다.

나훈아의 ‘사나이 눈물’이라는 노래에서는 ‘웃음이야 주고받을 친구는 많지만 눈물로 마주 앉을 사람은 없더라.’라는 가사가 어느 명시보다도 더 가슴을 울린다.

나는 요즘에 길을 걸을 때도 젊은이들처럼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다. 그러면 쓸데없는 잡념이 생기지 않아 좋다.

지금도 야외에 있을 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바람결에, 이제는 내 곁을 떠나버린 그리운 분들의 영혼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날고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린이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면 마음이 외롭지 않고 편하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