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지 귓속 찌르레기 소리가 커졌다고

어둑한 강둑에서 체머리 흔드는 갈대 무리나

뚝뚝 부러지는 겨울 나목 한 그루가

거기 오목가슴께에 무지근히 가로누워 있다고

 

인생은 끝내 맞추지 못한 큐브게임 같아

돌리고 비틀어도 반듯해지지 않는 생의 귀퉁이들

한때 다채롭던 꿈들을 서너 줄 이력서에 옮겨 적으며

창가의 봄볕에 기대 혼곤히 낮잠에 들기도 하는

 

해질녘쯤 현관문 앞에 먼지 묻은 신발을 벗을 때나

‘영원한 사랑’ 운운하는 휴먼 드라마를 보다가

왈칵 치미는 정체 모를 서러움에 주르륵 눈물 떨구고 마는

갱년기 홀로그램 속을 둥둥둥 걷고 있는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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