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밥상의 '밥도둑' 오이, 무, 참외, 마늘잎 장아찌가 먹음직 스럽다.

본격적인 무더위로 입맛을 잃기 쉬운 요즘, 찬물에 밥 말아 아삭아삭 짭조름한 장아찌를 얹어 먹으면 어느 새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여름철은 습도와 온도가 높아 건강 유지에 필요한 수분과 전해질 염분 및 비타민 등이 많이 소모, 신진대사 이상을 초래하기 쉬운 계절로 채소 본래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장아찌는 최고의 영양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아찌라고 다 같은 장아찌가 아니다. 시중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장아찌는 숙성·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장아찌로 유명 장아찌 수출업체조차도 경제성 때문에 전통발효장아찌 생산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공주 김순남할머니 장아찌’ 이병욱(49) 대표의 설명이다.

아삭아삭 잘 익은 참외 장아찌가 숙성 통에 하나 가득하다.

우리의 전통방식 그대로 6개월 이상 숙성·발효시켜 채소 본래의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오독오독, 아삭아삭한 그 깔끔하고 개운한 맛은 ‘공주 김순남할머니 장아찌’ 아니면 흉내 내기조차 힘들다.

이런 감칠맛은 온갖 정성과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숙성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또 신선한 재료를 엄선하는 것도 빼 놓을 수 과정으로 생산지에 가서 직접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여기에 ‘공주 김순남할머니 장아찌’ 공장은 유구천의 발원지인 금계산 중턱의 전형적인 산촌 마을에 위치하고 있어 맑고 깨끗한 물은 장아찌의 신선한 맛을 더한다.

하우스 채소로 장아찌를 담그면 물러서 아삭아삭한 맛이 없어, 전량 노지 채소만을 이용한다는 ‘공주 김순남할머니 장아찌’는 인근 온양·평택 등 재래시장에서 ‘공주장아찌할머니’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남순(75) 할머니가 항아리에서 오이 장아찌를 꺼내고 있다.

18살에 시집오면서부터 50년 넘게 장아찌를 만들었다는 김순남(75) 할머니는 친정어머니가 만들던 전통방식 그대로 장아찌를 담아 시장에 내고 있다.

장아찌를 담아 이웃과 나누던 것이 맛있다는 주위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장아찌를 담아 온양, 평택 등의 재래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했다.

김순남 할머니는 “어린 아이들까지 ‘공주할머니 장아찌’를 사오라고 할 정도로 유명했었다”며 “장아찌 하나로 4남매를 대학까지 공부시켰다”고 회고했다.

김 여사는 이어 “전통장아찌는 10번 이상 손이 가야 식탁에 오를 정도로 정성 없이는 만들 수 없다”며 “농사짓는 것 보다 더 힘든 일을 아들이 한다니 항상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장이 넓으면 우리 아들 고생을 덜할 텐데, 너무 협소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재정지원 등에 인색한 市의 태도를 안타까워했다.

가업을 이어받은 ‘공주 김순남할머니 장아찌’ 이병욱(49) 대표가 살균 밀봉을 위해 황토를 바르고 있다.

가업을 이어받은 李 대표는 “각종 축제나 직거래 장터에 나가면 없어서 못 팔정도로 삽시간 만에 동이 난다”며 “고추장, 된장 등 장(醬)으로 유명한 전라도 순창에서도 이 맛을 못 따라 온다”고 귀띔한다.

그는 이어 “장아찌 사업은 잉여농산물 활용하면서 농촌의 유휴인력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농촌 일자리·노인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사업으로 최근 각 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장아찌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장아찌가 웰빙식품으로 그 수요가 늘고, 사업성이 알려지면서 타 지자체에서 좋은 조건에 공장이전 등을 제의해 오고 있으며, 온양시의 경우 외암리에 장아찌 공장을 설립 중으로 김 할머니에게 기술전수 또는 이전을 수차 제의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장아찌가 최소 6개월 이상 숙성과정을 거치고 있다.

올해로 7년째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해 오고 있는 李 대표는 “장아찌는 채소가 수확되는 제철에 수 십 톤을 구매해 한꺼번에 손질해야하고, 700kg에 달하는 숙성 통을 옮겨 여러 번 탈염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장소로는 작업 능률을 올릴 수 없다”며 “되도록 고향에서 사업을 영위하기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그 것도 한계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자금 사정 때문에 힘들지만 넓은 공장과 저온창고, 교육장 등을 제대로 갖추고 관광버스까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2,000평 이상의 공장 부지를 물색해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순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늘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아들 이병욱 대표에게 항상 강조한다.

‘공주 김순남할머니 장아찌’는 현재 30여평 남짓한 협소한 공장 때문에 채소손질 및 탈염과정 등을 위한 자동화는 엄두도 못 내고 있으며, 15평의 저온창고와 임대 사용 중인 버섯저온창고 또한 협소해 장아찌 보관에도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또 얼마 전 제주도에서 50여명의 주부들이 장아찌 담그기 체험학습을 위해 찾아오는 등 공장방문이 줄을 잇고 있지만 마땅한 교육장소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李 대표는 “장아찌 사업은 잉여농산물과 유휴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농촌관광체험학습 등이 가능한 전통음식인 만큼 지역의 특화산업으로 발전시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관계기관을 찾아갈 시간이 없어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갖춰진 만큼 조금만 지원하면 크게 일어날 수 있을 텐데”라며 인근 지자체의 육성·지원정책을 부러워했다.

한편, ‘공주 김순남할머니 장아찌’는 참외, 오이, 마늘잎, 무, 고추, 쪽마늘, 깻잎 장아찌와 함께 고추장과 된장도 전통방식 그대로 생산하고 있다.

주소: 공주시 유구읍 문금리 625-4(유구읍에서 온양시 방향 39번 국도 14km 지점)
전화: 041-841-1472, 019-471-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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