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사료를 먹이는 미국산 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수입 전면개방 정책이 인터넷 카페를 뜨겁게 달구더니 전국에 ‘검역주권 포기’를 규탄하는 토네이도를 일으키고, 급기야는 울산에서도 ‘광우병 소 반대’의 촛불을 타오르게 했다. 그러나 그 속에 파묻혀 작게만 들리는 한우농가의 목소리를 애써 귀담아 들으려 하는 이는 정작 드문 것 같다.
  5월 10일 저녁, 울산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미국산 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는 전국한우협회 울산시지부 소속 한우농민 40여 명이 동참했고, 그 중 2명은 ‘자유발언’ 시간에 마이크까지 잡았다. 특히 이날 김두경 울산시지부장의 준비된 연설은 우리 한우농가의 고민들을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이날 김 지부장은 “광우병 소고기의 위험성과 정신 나간 정부의 굴욕적 협상에 대해서는 다른 연사들이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한우 생산자로서 우리 한우 이야기를 좀 해 보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미국산 소는 대량생산하는 공산품처럼 정성이 소꼬리만큼도 없지만 우리 한우는 정성으로 키우고 있다며 한우의 안전성과 차별화를 강조했다.
  즉, 한우는 개체 관리를 따로 하면서 귀에다 일일이 ‘바코드’까지 붙여 한우의 유전적 특질이나 사양관리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얼마든지 믿고 먹을 수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다만 대량생산의 이점(=규모의 경제) 탓으로 미국산 소의 값이 훨씬 싸다 보니 한우가 가격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형질 개량과 사양기술 발전으로 고기 양이 엄청나게 많은 한우가 태어났고, 이에 따라 한우고기 공급이 늘어나면 값도 내려가 맛좋고 값싼 한우고기를 양껏 먹을 날도 머지않았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우농가들도 자가 발효사료의 개발, 유통구조의 단축, ‘소비자 직판 코너’의 개설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들이 ‘원산지 확인’을 반드시 해 줄것, 우리 농업과 축산업을 사랑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최근 국제곡물시장에서 파동의 주역으로 등장한 쌀이나 밀처럼 축산물 또한 위기 상황에서는 식량안보,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아울러,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미국산 곡물이나 축산물이 당장은 값이 싸더라도, 그로 인해 수입하는 나라의 농․축산물 생산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결국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만다는 사실도 자명한 이치다.
  김두경 지부장이 촛불문화제에서 힘주어 강조한 다음의 이 말은, 비록 소박하고 간결하기는 해도, 재삼 곱씹어 볼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토종돼지가 없습니다. 도태된 것이죠. 무서운 현실입니다. 자칫하다가 맛좋고 안전한 우리 한우도 사라질지 모릅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은 돈을 주고도 한우고기를 사 드실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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