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들이 들고 나섰다. 정부가 실시하기로 한 ‘의정성과 공표제’에 대한 거부움직임이다. 지난 6일 전라북도의회에서 열린 전국시도의회 운영위원장 회의에서는 이와 관련된 결의안이 채택됐다. 지방의회 성과공표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다.

‘지방의회성과 공표제’란 지난 정부 행정자치부가 마련해 추진하고자한 제도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성과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취지이다. 이제도가 실시되면 우선 각 지방의회의 회의 개최일수와 의원들의 의회출석률 등이 낱낱이 체크된다. 이와 함께 의원들의 연수실적과 조례 제·개정실적도 집계된다. 이뿐 아니라 예산수정액 비율이라든지 행정사무감사 실적과 청원 및 민원처리 실적 등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돼 있다.

한마디로 지방의회운영현황과 의정활동 성과가 공표지표를 통해 주민들에게 사실그대로 공개되는 것이다. 물론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지방행정 종합공개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이 뽑은 의원들과 의회에 대한 점검과 평가가 가능해지게 된다. 정부는 이제도를 4월에 시범운영하고 7월부터는 전국 모든 기초·광역의회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범운영기간에는 울산시의회와 울주군의회도 포함됐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이 제도의 도입을 강력반대하고 나섰다. 이번 전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 회의를 통해 여러 가지 이유가 제기됐다. 정부의 성과공표제는 상당수 각 시·도의회의 자체의정백서와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자료라는 것이다. 또 이미 이제도는 지난 2005년에도 거론됐으나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시킬 소지가 있어 국회통과가 무산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나아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법이나 시행령을 무시한 채 지방의회의 위상과 기능을 축소하려 의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히려 지방의원 보좌관제와 의회사무처직원 인사권 독립 등  제도 개선을 행정안전부측에 요구했다.  지방의회의 위상을 더 높여 달라는 주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중앙정부의 ‘지방의회 성과공표제’ 도입의 이유와 목적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째는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16년이 돼도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집행기관의 감시·견제기능도 떨어졌을 뿐 아니라 그런 의회를 통찰한 기구나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의회의 책임성과 의원들의 성실도를 주민들이 직접 가늠할 수 있는 장치가 곧 이번 ‘지방의회 성과 공표제’란 것이 중앙정부의 판단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지방의회 무용론’도 제도 도입의 빌미가 된 듯싶다. 사실 그동안 지방의회의 요구대로 지방자치관련법이 많이 개정되고 개선됐다. 유급제 실시는 물론 의정지원 인력확보방안도 마련됐다. 이처럼 지방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처우와 지원은 높아진 반면 기능과 역할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정치권의 지역주의 병폐 또한 지방의회로 파급돼 국회의원과 선출직 단체장·의회는 한 통속이 됐다. 그러니 집행기관에 대해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있을 수 없고 무능한 의회, 게으른 의원들만 양산됐던 것이다. 이번 ‘지방의회 성과 공표제’에 대한 지방의회의 반대 결의도 그렇다. 의정성과의 공표가 주민들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지만 그건 억지논리다. 당당하고 성실하게 의회운영을 한다면 성과와 실적공개에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

이참에 지방의회와 의원들은 각 정당의 이번 18대 총선공천경향을 눈 여겨 보라. 관록이나 도덕성 못지않게 의정활동 성적표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뤄지는 지를. 주민들의 알 권리와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선택권보장을 위해서도 ‘의정성과 공표제’반대는 명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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