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의 국회 임명통과와 신임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장수여로 새 정부의 진용이 모두 갖춰졌다. 이에 앞서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인선도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은 총리인준부터 진통을 겪었다. 총리에 대한 청문회 과정도 험난했고, 국회표결 결과도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무난하다는 인물평에도 불구하고 총리임명에 정치권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장관되기도 예전처럼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재산이 너무 많아서 중도하차하고 도덕성에 흠결이 드러나 경질되기도 했다. 대통령의지 하나만으로 장관임명이 관철되던 그런 시대와는 사뭇 달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벌이고 있는 공천심사과정도 긴장의 연속이다. 여당이 된 한나라당부터가 공천경쟁이 치열함은 물론 공천을 낙점받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 당의 윤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잘못된 공천을 두고 당 지지 거부발언을 예사로 하는 실정이다. 대통령의 형에 대한 공천도 반대 목소리가 어렵잖게 들려올 정도다.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도 공천면접시험 분위기가 수사기관의 취조실을 방불케 한다. 한때 잘나갔던 대통령의 아들이나 측근들이 면접관의 질문에 쩔쩔매고 있다. 지역에 안주하려는 당 지도부 인사들도 수도권 선거구로 내 몰리고 있다. 당의 양분화로 위기에 처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모두 긴장하고 있다. 당의 존립기반 때문에도 그렇고, 개인의 정치적 입신 때문에도 그렇다.

대통령의 파워인맥으로 불리는 청와대 참모들의 근무여건도 그 어느 정권 때보다 고달프다는 보도이다. 새벽 같은 출근에 한밤중 퇴근은 일상사요, 휴일반납도 다반사라는 소문이다. 비서실도 대통령집무실에 더 가까워지고 사무실 칸막이도 모두 없앨 모양이다. 청와대 안이건 밖이건 대통령을 보필하는 직원들 모두가 아예 거들먹거릴 여유가 없게 된 듯싶다. 긴박하고 긴장된 이런 분위기는 정치권과 청와대는 물론 중앙부처 공무원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종합청사에는 휴일임에도 장·차관과 직원들이 죽치고 앉아있다. 부처 간 통·폐합과 인력감축 등으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날을 세우고 정치권과 관계전체가 긴장하고 있으니 정신을 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이렇듯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데도 지방정부와 의회는 아직도 태평이다. 각 지방의 자치단체장들은 선심행정에 경쟁적이고 공적 쌓기에 여념이 없다. 산하 출연단체와 지방공기업의 경영은 여전히 방만하고 산만하다. 공무원 역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

시대는 공직자들에게 더 창의적이고 더 도전적인 것을 요구하는 데도 변화의 속도는 느리고 더디다. 지방의회 또한 현실에 안주한 채 변화와 개혁에 동참하려 하지 않는다. 지방의회의 운영 실태와 의정활동성과를 지표화 하려는 정부의 ‘의정성과공표제’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발목을 잡는 제도”로 부정하지만 기실(其實)자신들의 무능과 불성실을 감추려는 속셈이다. 그러면서도 더 많은 의정비와 더 높은 예우만을 요구한다.

지방자치부활 20년도 안 돼 지방의회는 어느새 중앙정치권의 시녀로 전락하고 있다. 주민들의 대변자역할은 잊은 채 기성정치인 흉내 내기에만 열중이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변하지 않는 한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와 실용주의는 그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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