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상식이라 했던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봐야 했던 엄창섭 울주군수에 대한 1심 공판이 지난5일 울산지법에서 있었다. 우려대로 징역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뇌물이 아니라던 3억5100만원도 추징금으로 함께 선고됐다. 죄목은 역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였다. 그 가운데 뇌물수수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판결문을 통해 재판부는 중형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엄정하고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민선군수로서 편의와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죄질도 중하고, 뇌물액수 또한 중형의 대상인 점이 강조됐다. 아울러 이 같은 행위가 공직사회에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으며, 군민의 긍지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점도 함께 명시했다. 다만 10년 이상의 형량이 가능한 죄상(罪狀)임에도 6년을 선고한 이유로, 장기간의 공직수행과 군정기여도, 지병 등을 들었다.

엄 군수 측 변호인단은 1심 선고 즉시 항소했고, 법정을 나서면서 엄 군수는 군민과 직원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연루된 업자와 직원들에게도 이날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건설업체 대표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고, 나머지 뇌물을 공여한 업자들에게는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뇌물 심부름을 한 전 비서실장과 인사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넨 직원에게도 각각 징역형이 선고됐다. 엄 군수와 엄 군수 측 변호인단의 무죄주장에도 불구하고 1심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까다로운 법리적용보다는 상식을 동원한 점이다.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뇌물공여를 인정한 부하직원의 진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그 다음은 단순한 금전관계라고 주장하는 부분도 그 방법이 일상적인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특별한 물증과 증거 없이도 사건 연루자의 일관된 진술과 채무채권관계에서 통용되는 관행만으로도 엄 군수의 뇌물수수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아무튼 엄 군수에 대한 이번 1심판결이 엄 군수자신에게도 충격일수 있지만 울주군과 군민들에게는 더 큰 손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5개월간의 군수 공백사태로 인해 이미 울주군은 군정의 차질이 빚어졌다. 군 청사이전문제도 오락가락하고, 나머지 중점사업도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앞으로 항소심과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1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부군수 권한대행체제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방차지시대에서 선출직 단체장에게 유고(有故)가 있다는 것은 행정의 마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당연히 지역 주민들에게 손해와 불이익이 돌아오게 돼 있는 것이다. 때 맞춰 지역시민단체와 울주군의회는 엄 군수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행정공백을 우려한 사실상 사퇴압력이다.

일각에서는 주민소환제와 보궐선거의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군정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엄 군수자신의 판단이다.

자신의 인생과 명예가 달린 문제를 그 어느 누구도 포기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엄 군수가 군정수행과 명예, 그 둘 다를 지키기 위해 법정투쟁을 계속하려 한다면 그것은 무리이다. 둘 다를 지키려다 모두를 잃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 현재 엄 군수의 현실 아닌가. 진정으로 명예를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군수 직만은 내놓아야 옳다. 무죄가 입증되고 명예가 회복된다면 그까짓 군수자리가 무슨 대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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