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울산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거주지 만족도’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현재 살고 있는 시·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얼마나 살기 좋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시민 상당수가 울산에 만족도를 표시했다. 100점 만점에 67.6점으로 높은 편이다.

전국 평균점수가 57.5점이고, 대구(39.4점)·부산(43.6점)·광주(50.4점)·전북(51.8점)이 평균에도 못 미친 것에 비하면 울산은 ‘거주천국’인 셈이다. 울산이 전국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고, 거주지 만족도가 최고인 반면 부정적인 면도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나 발암물질발생량 등이다. 그것도 연속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연평균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울산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2.9%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2.5%를 0.4%나 상회하는 전국최고 수준이다. 그것도 시내버스요금(15.1%)이나 사립대 납입금(7.0%)등이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거주만족’과는 사뭇 상충되는 현상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이 2년 연속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데도 ‘살기 좋은 도시’로 울산이 꼽힌 것이 이상스럽다. 발암 물질 발생량도 그렇다. 전국 최고수준에 다섯 차례나 1위를 차지했다.

환경부가 최근 5년간 전국 16개 시·도의 1급 발암 물질 발생량을 조사한 결과 울산이 단연 우위를 보였다.‘발암물질 다발도시’의 오명을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섯 번이나 쓴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2000년대 이전만 해도 1급 발암물질이 벤젠·산화에틸렌·크롬 등 3종류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 염화비닐과 카드뮴·비소 등이 추가된 것이다. 유해화학물질인 온갖 독소가 울산의 대기 중에 떠다니고 있다는 얘기다.

물가고에 쪼들리고, 오염된 공기에 고통 받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살기 좋은 도시’로 시민들은 울산을 꼽았다. 불편한 것은 어디 물가와 대기공해뿐인가. 교육환경은 또 얼마나 열악한가.

몇 년째 교육행정은 실종되고, 사교육은 그 얼마나 횡행했는가. 아직도 상당수 시민들이 울산교육의‘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 중 또 하나는 주차문제다.

공공기관의 주차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주택가와 이면도로는 불법주차장이 된 지 오래이다. 울산을 찾는 외지인들은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도심을 선회하고 그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런 도시구조 속에서 용하게 살아가고 있는 울산 사람들을 존경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이뿐인가, 울산시청 반경 1km의 이면도로 주택가만 해도 곳곳에 쓰레기 투성이다. 관할 구청은 ‘나 몰라라’라 하고 주민들도 아예 딴 전이다.

치솟는 물가고와 공해, 거기다 열악한 교육여건과 생활환경, 주차난에 시달리면서도 시민들은 울산거주를 만족해했다. 그렇게 조사됐다. 여론이 잘못 반영됐거나 시민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울산시를 비롯한 행정당국은 이번 ‘거주지 만족도 조사’결과에 만족해  하지말고 제대로 울산의 실체를 파악하라. 그리고 진짜 '살만한 도시'로 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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