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에 가까운 48.7%의 찬성으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당과 진보세력으로서는 참담한 패배이고,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은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셈이다. 여권은 충격의 늪에 빠져있고, 한나라당은 승리감에 도취해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최근 행보 또한 날래고 힘차다. 가히 역동적이다. 당선이 확정된 당일(20일) 그는 내·외신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건국과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라고 강조했다. ‘경제의 선진화’는 물론 ‘삶의 질 선진화’도 함께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가는 ‘신(新) 발전체제’를 역설했다. 그리고 실용적이자 창조적인 정부 구성안을 언급했다. 남북과 대미관계 등도 실용적 외교를 선택할 것이라는 의지도 표명했다.

“여야는 적이 아니고 필요한 반대자”라며 “이명박 정부는 화합 속의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감의 발로이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 당선자의 정치일정에는 빈틈이 없고 속도감이 확연하다.

이 당선자의 정치행보가 이처럼 박진감 넘치고 활기차게 보이는 것에는 언론의 조명이 큰 역할이 됐다. 신문의 경우가 더 그렇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탄생이후 신문은 가장 큰 목소리로 ‘이명박 찬양가’를 불러대고 있다. 그것도 서로 경쟁적이다. 어떤 신문은 이미 대선 나흘 전에 ‘당선할 경우’를 전제로 인터뷰를 땄다.

그것을 몹시 자랑스러워하며 당선이후 야금야금 우려먹고 있다. 색깔이 같은 또 어떤 신문은 ‘이명박 풀 스토리’로 지면을 도배질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태동 시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이명박 광풍’이 신문마다 불고 있다.

또 신문의 이 당선자에 대한 관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대선에서 승리했을 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참여정부’개막부터 시작된 주요 언론들의 노무현 파상공격은 정권 말기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세등등하고 수법은 더 악랄해 졌다. 기자실폐쇄와 행정중심복합도시 기공식 강행에 대뜸 시비를 걸고 있다.

“차기정권이 어찌할 수 없도록 대 못질을 해대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와 복지부장관의 정책홍보를 실정에 대한 항변으로 몰아 부친다. “임기 마지막까지 오기를 부리고 있다”며 “노무현정권의 마지막이 자신들의 눈에 거슬린다”고 생떼까지 쓰고 있다.

정작 이명박 당선자본인이나 한나라당 쪽에서는 시비삼지 않던 일을 신문들이 나서서 마구 삿대질을 해대고 있다. 인수위조차 구성되지 않은 새 정부를 대신해 “인수인계나 잘 하라”고 윽박질이다. 마치 자신들이 대선에서 승리한 세력인냥 만용을 부리고 있다.

방송 또한 대선이후 그 보도행태가 신문과 ‘오십보백보’이다. 그나마 신문은 애시 당초 노무현 정권과의 악연으로 새 정권을 고무 찬양할 수 있다 쳐도 방송, 특히 공영방송은 영 아니다.

대선 직전까지 방송은 BBK의혹과 특검법관련 보도 등에 편향적이었다. 검증되지도 않은 주장이나 폭로를 일방적으로 보도하거나 특정 정파에 불리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취사선택해 왔다.

방송의 이 같은 특정후보자에 대한 흠집내기 식 불공정보도 때문에 유권자는 얼마나 식상하고,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꼈었는가.

그동안 온갖 수혜를 입고 현 정권의 충실한 대변자였던 방송이 정권 교체가 현실로 나타나자 하루아침에 태도를 돌변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노무현정권이 아무리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정부였다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기 무섭게 더 악랄해진 신문과 표리부동의 방송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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