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아욕은 흔히 ‘정신의 군살’이라 일컫는다. 이기적인 행동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소위 정치를 하는 부류나 집단의 리더 중에는 타인과 맞서고, 소란을 피우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 있다.

모든 평화적인 행동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쓸데없이 여기저기서 풍파만 일으킨다. 또 무슨 일에나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품고 있다.

그런 사람이 일가의 가장이 되거나 일국의 지배자가 되면 불화와 반목이 끊이지 않고 사람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된다.

참여정부 5년이 종언(終焉)을 고하고 있다. 정권연장은 실패했고, 노무현대통령은 하릴없이 고향 내려갈 날짜만 세고 있다. 그의 집권5년은 참으로 혼란하고 험난한 세월이었다.

그가 16대 대선에서 대권에 도전한 것부터 이변이었다. 언론과 정치권은 시작부터 그를 이단시해왔다.

그 자신은 물론 그를 동조한 세력들도 감히 대권을 거머쥘 것이라는 확신은 갖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은 그를 택했고, 부지불식간에 그는 대통령에 올랐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그였지만 집권초기부터 야당과 언론은 그의 발목을 붙들었다. 한사코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위, 능력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다른 기득권 층과의 반목도 깊어갔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체질화된 아집은 대통령이 되고서부터 더욱 심해졌다.

국정에 참여한 측근들도 평소 그와 빼닮은 인물들로 채워졌다. 핍박받고 움츠려 있던, 그래서 별 볼일 없던 사람들이 참모로 혹은 ‘브레인 트러스트’로 발탁됐다. 야당은 이 모두를 싸잡아 ‘아마추어리즘’이라 불렀다.

이들 아마추어집단이 내놓은 정책이나 개혁안은 아무리 그 진정성과 참신함이 뛰어나도 번번이 거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뻗대기는 ‘발악’수준이었고, 급기야 ‘탄핵소동’까지 자초했다.

국민들의 눈에 소란과 풍파의 주동인물로 대통령이 비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의 언동 하나하나와 제스처 모두가 희극화 되고 대통령의 품격은 그가 말한 대로 ‘말년 사병’급이 됐다.

그런 그는 이제 고향 갈 이삿짐을 꾸리고 있고, 새 대통령에 이명박 한나라당후보가 선출됐다. 그 역시 출발은 상큼했으나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온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당장 통과해야할 관문이 있다. 진드기 같은 BBK 사건부터가 그렇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 이상할 정도의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 사람은 이왕 의혹이나 과실이 드러났으니 그대로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속으로는 후회하고 있으면서도 억지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의미 없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그저 경솔했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버리고 말일을 이명박 당선자는 그 지겨운 짐을 대통령이 된 후 특검까지 끌고 온 것이다. 이 또한 아집과 아욕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의 정권은 되찾았을지 몰라도 그의 임기5년 역시 노무현 정권처럼 순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축복받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게 쏠린 의혹부터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사실 역대 대선 중 이번 선거만큼 요란한 선거도 없었다. 우선 후보자가 난립한 것부터 그렇고, 각 당의 경선과정의 과열현상도 그랬다.

자기 당 내부에서 빚어진 이전투구와 정치권 전반에 걸친 이합집산은 그 정도가 어느때 보다 심했다. 그런 이유로 상당수 국민이 이번 선거에 등을 돌렸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48%의 유권자는 참여정부를 심판하고 '실용'의 이명박 정부를 택했다. 새대통령은 이런 국민들의 서택을 소중히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역시 국민의 선택은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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