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도 주창했듯이, “족한 줄 알면 욕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좀 부족하다 싶어도 손을 뗄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머무를 때 머무를 줄 알면 위험을 면한다. ‘내가 우선’이라며 나서는 태도는 결국 주변 사람들로부터 반감을 사게 된다.

또 그나마 차지한 이득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래서 ‘지족지계(止足之戒)’는 처세철학의 백미이자, 소위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갖춰야할 덕목이다. 

의정비문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전국의 상당수 지방의회가 내년도 의정비를 크게 올리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방의회 무용론과 무보수명예직 환원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민소환과 의회개혁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98%를 올려 전국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충북 증평군(전국에서 가장 작은 군, 재정자립도최하수준)에서는 주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강원도원주도 난리고, 경북 김천의 시민사회단체등도 덩달아 의회 불신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쪽은 “심의위원 무자격자가 위원장으로 위촉돼 의정비 인상을 주도했다”며 “의정비 결정자체가 원천무효”라는 주장이다. 또 한곳에서는 “의정비심의과정의 여론조사가 엉터리”라며 시장과 의정비심의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 지역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겸직을 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의정비 인상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이참에 기초의회를 없애거나 유급제를 수당제로 바꿔야한다”는 논리다.이밖에 경기도민들과 전국의 많은 기초단체 주민들이 과도한 의정비 인상을 놓고 의회를 성토하고 있다.

울산도 울산시민연대가 주축이 돼 의정비 심의가 있기 전부터 적정한 의정비 인상안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과 31일 울산시와 5개 구·군의정비심의위원회가 내년도 의정비를 최종 결정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도 중앙당차원에서 의정비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우선 울산시의회의 22.4%인상폭부터가 지나치다는 얘기다. 또한 남· 동· 북구와 울주군의 평균 70%가 넘는 의정비인상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구의회가 무려 81.9%에 이르는 의정비 인상률을 기록하자 비난 수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시민연대는 울산시를 비롯한 5개구·군의회와 의정비심의위를 모두 싸잡아 “법으로 명시된 인상조건조차 무시한 결정으로 향후 효력발생여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행정자치부가 의정비를 과다 인상한 지자체에 대해 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지방의원의 의정비 인상만큼 시민부담이 불가피해지고, 중앙정부의 불이익 처분까지 감수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시와 중.북구는 현지실태조사를 받게된다.

과도한 의정비 인상에 대한 시민연대의 반박논리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의정비 심의 과정에서 시민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사실에 근거해 제시하고 있다.

또 일부 기초의회의 의정비 산출방식이 법적 기본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부분도 부각시키고 있다. 의정활동평가지수의 과대 반영과 심의회 구성의 허점 등 또한 문제로 꼽고 있다.

의회가 추천한 심의위원 중 상당수가 의회입장만을 대변하는 인물로 꾸며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모 기초의회의 심의위원장은 평소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원로로 군림하고 있으면서도 이번 의정비 인상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경(私耕)을 많이 줘야 머슴이 일을 잘한다”는 그의 논거가 어쩐지 어설퍼 보인다.

아무튼 울산시민연대는 의정비 재심의를 요구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힘을 결집해 의정비 인상반대운동을 펼쳐나간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98%나 인상했던 무주군의회가 결국 주민들의 반발로 의정비 재조정방침을 세운만큼, 울산도 조례제정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이제라도 울산시의회와 5개 구·군의회는 시민들이 납득할 만큼의 수준으로 의정비를 스스로 인하하라. 족한 줄 알면 욕이 따르지 않고 지나치면 차지한 이득도 잃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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