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 최현배(催鉉培)선생은 아호(雅號))그대로 ‘외솔’처럼 살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평생을 한글을 위해 바쳤고 오로지 교단에서 후학을 기리는 일에만 몰두하시 분이다. 일제 강점기 한극학자라면 독립운동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과거에 쌓은 논공을 앞세워 스스로 정계에 투신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아니면 선생의 명성 때문에 정치권이 다투어 정계입성을 유혹했을 법도 했었다. 세속의 권세와 명예를 누릴 생각 이였다면 얼마든지 ‘한글’대신 다른 일을 위해 전직했을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외솔’은 나라의 말과 문자만을 위해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학자가 관직을 마다하지 않고 교육자가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지금의 세태로 볼 때 ‘외솔’은 ‘지조’그 자체이다.

오는 12월에 치러질 울산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우선 후보자 난립이 얘깃거리다. 11일까지 예비후보자등록을 한 사람만도 0명에 이른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내달 26일까지는 서너 명이 더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경쟁률이 10대1이 넘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출마자들은 보너격적인 선거운동에 뛰어 들었다. 비록 제한적이기는 해도 사무실을 열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홍보용현수막이 내걸리고 공약이 인터넷홈페이지에 등장하고 있다. 출마자 대부분이 후보 등록일 이전이ㅔ 예비 등록을 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교육감선거전이 본격화된 셈이다. 문제는 지나친 과열분위기다.

정치와 선거에 신물이 나너 시민들이 과연 이들 후보자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의문이다. 이러 와중에 특정 정당이 지구당차원에서 후보자를 ‘내부공천’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지역구의 한 중진의원으로부터 촉발된 후보 내천(內薦) 문제는 각계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한나라당 울산시당의 방침으로 까지 확대된, 내천 불가피론은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일리가 있다. 울산교육청의 수장이 되고자 하는 후보자 상당수가 ‘친한나라당’ 성향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한결같이 한나라당지역구 국회의원과 정당에 줄을 서고 있고, 그들끼리 싸우도록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의 ‘이전투구’를 방치했다가는 대선승리를 위한 전열이 흐트러지고 득표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또 진보성향의 교원단체가 이미 내천 방침을 천명하고 나선 이상 이를 방관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그건 아전인수격인 그들만의 해석이자 발상이다. 각계 교육관련 단체의 반대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현행 선거법의 위반 소지가 크다. 후보자를 사전에 조율하고 특정인물을 지원하다고 해서(아무리 편법을 동원한다 해도)유권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는 없다.

대통령을 뽑는 일과 지역 교육감을 뽑는 일을 정치적 이해 잣대로만 계산한 그런 꼼수에 쉽게 넘어갈 울산의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감 내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나라당 위원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총선 공천을 위해 방침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한나라당에 낙점 받은 후보자는 교육감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 뻔하며, 이를 추진한 현직 위원들도 내년 총선에서 공천에 실해할 것이다.

덧붙여 평소 ‘친한나라당’성향 이였거나 ‘한나라식’교육정책에 호응한다는 후보자는 공연히 대선 분위기에 편승하지 말라. 교육수장으로서 소신과 철학도 없이 특정정당에 ‘무임승차’하려는 후보자쯤은 유권자가 충분히 가려낼 것이다. 예비 후보자 모두는 지금이라도 울산이 낳은 외솔 최현배 선생을 되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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