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모범공직자에게 상을 주고, 모자라는 공직자에게는 벌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소위 ‘포폄(襃貶) 의 등제’라는 것이다.

관리들의 양심과 능력을 기준으로 그들의 근무태도와 업무실적을 평가하는 일이다.

경국대전이전(吏典)에 이 감사제도가 상세히 기술돼 있다. 왕도정치가 강화되거나 중앙집권제가 원활히 수행됐을 때일수록 이 같은 감사제도는 제대로 가동됐었다.

당시는 경관직(京官職), 즉 중앙부처의 경우는 소속관서의 당상관이 제도시행자가 됐다. 지방은 관찰사(도지사)가 감사관이 돼 지방관서를 살폈다. 감사방법도 지금의 정기감사와 함께 특별감사도 시행됐다.

정기감사의 경우 매년 6월 15일과 12월 5일을 전후로 두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1년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감사했으며, 주목할 것은 감사과정 속에는 피감사기관 종사자들의 사람됨됨이를 따져보는 부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공직자들에 대한 감사는 통상 열번을 기준으로 삼았다. 적어도 열번정도의 검증을 거쳐야 목자(牧者)의 명지(明智)를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열 번의 감사 가운데 열 번 모두 ‘상(上)’의 성적을 받게 되면 1품계 특진의 포상이 주어졌다.

이럴 때 피감기관의 장(長)은 물론 해당기관이나 지방은 특진이상의 영예를 얻게된다. 열 번의 강도 높은 감사과정에서 아무런 하자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기관이 도덕적으로 백성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징표이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열 번 감사에서 두 번에 걸쳐 ‘중(中)’의 성적을 받으면 해당관리는 무보수직인 무록관(無祿官)으로 보내졌다. 무보수 직책이라는 중벌도 중벌이지만 대민행정의 일선에서 물러나게 함으로써 ‘관리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게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열번 감사에서 세 번 이상 ‘중’의 성적표가 나왔다면 파면조치가 단행됐다.궂은 일에도 세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감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조선시대 감사제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중.하위직 공직자에 대해서는 단 한번의 감사나 심사만으로 가혹한 벌을 내리는 것을 법으로 삼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공직자로서의 됨됨이가 안된 관리에게까지 관용을 베풀지는 않았다.

지난 3일 17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새해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이 처리될 국회이지만 벌써부터 ‘파행’이 예상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을 중심으로 범여권이 이번 국회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때리기를 작심한 듯 싶다.

한나라당 또한 대선을 의식해 노무현 정권말기의 ‘부패상’을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서로 정치적 이해만 따지는 바람에 국정감사조차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말 5당의 원내대표단이 국회일정 협상을 하면서 최대 쟁점인 국감시기에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신당(4일부터 이같은 약칭은 쓰지 못하게 됐다.)과 민주당은 추석연휴(9월23일~26일)에 국감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추석이후를 고집하고 있다. 서로 국감시기를 놓고 정치적 이해득실만 저울질하고 있다.

국정을 감시해야할 국회마저 이 모양이니 지방의회의 올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 또한 부실로 흐를 게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닌가.

울산시의회의 경우만 봐도 오는 11월12일부터 12월 21일로 계획돼 있는 행정사무사감사와 내년 예산안 심사가 얼렁뚱땅 흉내만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선의 공식선거운동 기간과 행정사무감사 기간이 겹쳐있는데 지방의회가 본연의 의정업무에 매진할 수 있겠는가.

국회와 지방의회는 지금이라도 국감과 행정감사 준비에 몰두해 주어진 책무를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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