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창섭 울주군수가 지난 23일 구속, 수감됐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다.

한때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놓고 검찰과 엄군수측 변호인단이 힘겨루기를 벌였으나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2시간 동안 실시된 영장심사에서 엄군수는 혐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이 제시한 범죄사실이 받아들여졌고 향후 도주 및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인정됐다.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바 있으나 엄군수가 받고 있는 주요 혐의내용은 이렇다.

2003년 1월 중순 엄군수는 지역의 모 건설업체로부터 현금 1억원이 든 여행용가방을 건네받았다. 업체 대표는 지난 2002년 단체장 선거에서 엄군수에게 선거자금을 빌려준 사채업차 K모씨였다.

K씨는 2002년 10월 엄군수에게서 이권을 챙길 목적으로 건설회사를 차렸다. 선거지원 대가로 K씨는 엄군수에게 공사 하도급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현금 1억원이 오고 간 것이다.

며칠 간격을 두고 K씨는 역시 같은 이유로 군수실에서 1억원이 입금된 부인명의 의 통장을 엄군수에게 건넸다. 그러나 김씨가 요구한 특정공사의 하도급은 성사되지 못했고, 김씨는 엄군수에게 문제의 돈 2억원의 반환을 독촉했다.

궁지에 몰린 엄군수는 비서실장 최모씨(구속)에게 자금융통을 지시했고 최비서는 물주를 물색했다. 평소 울주군에서 각종 공사 설계용역을 해오던 H기술단 대표 U모씨가 타깃이 됐다. 사업편의 제공을 빌미로 최비서는 U씨로부터 1억4천여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받았다. 2004년 1월경이었다.

한 달 뒤 똑같은 이유를 내세워 최비서는 U씨에게서 땅 판 돈 1억5천만원을 수표로 교부받았다(교부는 검찰측 표현이다). U씨에게서도 차용명목이던 대가성이든 3억여원 가까이가 엄군수에게 전달됐다.

생활쓰레기 업체로부터도 1천600여만원이 편의대가와 차용 등의 명목으로 오고 갔다. 이번에는 생활쓰레기 수거업체의 권역조정이 청탁의 대상이 됐다. 군수실과 길거리에 공공연히 현금이든 봉투와 쇼핑백이 등장한 것이다.

엄군수에게 적용된 각종 수뢰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직자 윤리상 가장 치명적인 사건은 승진대가의 뇌물수수 부분이다.

당초 검찰이 엄군수 주변에서 떠도는 각종 수뢰혐의 가운데서 가장 눈독을 들인 분야가 바로 승진을 빌미로 부하직원에게서 돈을 받았는지 여부였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부문도 역시 승진을 둘러싼 진실게임이다.

검찰은 올 1월 엄군수가 자신의 관사를 찾아온 부하직원 K모씨로부터 사무관 승진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엄군수의 언질이 있었던지 K씨는 7차례에 걸쳐 군수에게 1억3천500만원을 줬고 실제로 사무관으로 승진됐다. 그것도 당시 승진서열이 4위였던 K씨가 승진심사를 통해 경합자들을 추월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엄군수는 혐의사실을 대부분 부인하고 있고 업자에게서든 부하직원에게서든 받은 금품 모두가 차용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여러 정황을 볼 때 뇌물수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고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고 자신하고 있다.

사실 법률의 세계에서는 ‘의심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으로 돼있다. 그러나 공직자는 개인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의심 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충고 또한 진리에 가깝다. ‘오이밭에서는 신이 벗겨져도 허리를 굽혀 신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손을 올려 관(冠)을 고쳐 쓰지 말라’했다.

엄군수가 보인 일련의 행적은 의심받기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심만으로 처벌이 가능할지 여부는 향후 법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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