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고위 공무원으로 아들의 재능을 믿은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미국에 유학시켰다.

대학을 나온 아들은 좋은 직장을 구해 현지에 눌러 앉게 되었다. 그러나 병역문제가 아버지와 아들의 진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아들을 데려와 병역의무를 마치게 하든지, 아니면 아버지가 공직에서 물러나던가 양자택일로 비화됐다. 당황한 부모는 번갈아 미국으로 아들을 찾아가 병역의무를 치르도록 권했다.

그러나 아들은 끝내 부모의 간청을 뿌리쳤다. 되려 귀국을 종용하는 부모에게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출세를 위하여 아들을 희생시키는 법이 어디 있느냐” . 그 뒤 그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으나 아들은 장례식에 참석할 수조차 없었다. 병역미필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 이였다.

결국 ‘그 아버지에 그 아들’로 끝난 이야기지만 근본적인 잘못은 부모에게 있었다. 아들의 재능만을 믿고 평소 인성교육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기러기 아빠로 전락한 2000년대 아버지들로부터도 80년대와 똑같은 탄식들이 들려온다. 유창한 영어실력이나 국제적인 감각보다는 인성교육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뒤늦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울산시교육청이 지난 4월에 실시한 교육관련 설문조사를 분석, 발표했다.

교원. 전문직등 교육공무원 2,485명과 학부모. 시민 4,879명 등7,300명이 당시 설문조사에 응했다. 시급한 현안이자 절실한 바람은  역시 ‘인성교육’이였다. 교육계 종사자 44.6%와 학부모 등 일반인 33.4%가 ‘인성교육 강화’를 우선 시 했다.

‘학력향상’은 각각24.8%와 20.2%로 ‘인성교육 강화’에 한참 못 미쳤다. 다음으로 ‘교육격차 해소’와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가 뒤를 이었다. 나머지 현안들에 대해서도 교육계 자체와 학부모. 시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인성교육’의 절실함과 시급성이 부각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울산교육의 미래가 그만큼 밝고 희망적이라는 뜻이다. 울산시교육청이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한 바로 그 날 지역의 한 학부모단체도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반계 고등학교 학부모회 대표들로 구성된 ‘교육도시 울산학부모회’는 이날 교육감선거와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12월에 치러질 교육감 재선거는 그동안 교육감 장기공석으로 빚어진 각종 교육현안을 해결하고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앞장 설 교육감이 선출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

학부모회는 또 “평소 교육환경이 열악한데다 교육계 수장의 장기 공백으로 울산지역 학생들의 학력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차기 교육감은 교육자로서 도덕성과 교육철학을 가진 사람이 선출돼 울산교육계의 불명예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실 이 단체말고도 울산지역 다른 학부모단체 등도 울산교육이 직면한 각종 현안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촉구해 왔다. 그동안 울산시교육청이 교육감 공석으로 인해 행정의 난맥을 드러내고 무소신. 무원칙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학력이 얼마나 위협받고, 잘못 뽑은 교육감으로인 해 오죽 피해가 컸으면 학부모들이 차기 교육감의 자격에 미리부터 시비를 걸고 나섰을까.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 의사가 있는 인사들은 이번 ‘울산학부모회’의 언급에 귀 기우려야 할 듯 싶다. 인성교육의 완성과 학력신장은 차기 울산시교육감이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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