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명산(海東名山)이라면 으례껏 백두. 금강. 한라. 묘향. 지리의 5대산을 친다. 또 중소명산은 태백. 소백. 설악. 오대. 치악. 속리. 계룡. 덕유. 대둔. 내장. 백양. 가야. 청학. 청량. 두륜. 월출. 무등. 운문. 가지. 신불. 천황. 마니산등 자그마치 30대 명산을 일컫는다.

언필칭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공중에서 내려다 보는 우리나라 경관은 명산이 호거용반(虎距龍盤) 으로 웅크렸거나 또아리치고 앉은 형상이다. 또 그 사이사이를 대천이 구곡양장으로 누비며 흐르는 것이 수판에다 5색 수실로 수놓은것 같다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막상 산자락 아래로 내려와 보거나 산정상에 올라서 보면 민망하게스리 허술하다. 공원화 한다거나 등산로 정비를 한답시고 사방 곳곳에 상처가 나있다.

올망졸망,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산길은 신작로로 변했고 어느새 포장까지 덧쒸워 지고있다. 멀쩡한 산들이 저마다 신음소리를 내고있는 것이다. 영남알프스를 '울주7봉' 으로  개명해 재빨리 상표등록까지 신청한 울주군이 최근 산으로 장난을 치려한다.

한 때 산사나이들에게 '꿈의 평원' 으로 불리기도 했던 사자평에 파크골프장과 숙박시설을 갖춘 대규모 리조트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첫 단계로 우선 진입도로를 개설해 포장을 하겠다는 발상이다.

등산객을 위한 편의 목적이라는 이유다. 목초지에다 리조트를 건립하려 하는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연경관등 주변 환경을 파괴하면서 까지 등산로 확장포장은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울주7봉' 의 허리격인 사자평에 합법적인 진입로를 개설할 경우 사자평 일원의 자연훼손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평원이 아니라 불모지로 변할 것이다. 사자평에 차량이 오가고 대규모 휴게시설이 들어설 경우 인근 신불산과 재약산. 간월산 일원도 성치 못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미 인근 양산시에서는 신불산자락 자신들 영역에 대규모 리조트 건립 공사를 벌이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근 자치단체의 반대를 무렵쓰고 울주군이 '울주7봉' 을 브랜드화해 특정사업을 추진하려는 데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산악관광 자원 개발사업이니, 역사문화콘텐츠사업은 울주군 자체 만의 행정력으로는 벅차는 사업이다. 당장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려 한 산악도로 개설이 수혜자인 산악인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지 않는가.

관광 자원화를 빌미로 '울주7봉' 여기 저기다 휴양 또는 접객시설을 짓는다는 것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산은 그대로 두는 것이 산을 보호하는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역사문화콘텐츠사업도 자칫잘못 했다가는 어설프고 졸속적인 형태로 드러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기에도 철저한 고증과 역사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만일 울주군이 '울주7봉' 을 개발 위주의 관광화사업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당장 포기하던지 중단하라. 자연유산은 버려놓기는 쉬워도 원래대로 돌려놓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굳이 울주군이 '울주7봉' 의 관광자원화사업을 계속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민간의 힘을 빌리던지, 전적으로 의지하라. 산은 산을 오르는 사람만이 알고, 산과 더불어 사는 주민들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오르기 쉬우면 그건 이미 산이 아니라는 진리를 지금이라도 울주군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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