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법칙과 원리에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일정한 이상과 목적등을 이루기 위해 마땅히 따라야 할 사회적 규범조차도 보는 관점에 따라 이해(利害)와 득실(得失)이 따르게 돼있다.

하물며 인간의 행동면과 사회생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각종 제도(制度)는 목적과는 달리 시행상 헛점과 착오가 노정되기 일쑤이다.

오는 7월부터 실시되는 '주민소환제' 를 놓고 벌써부터 걱정들이 많다. 자치단체장들의 인기행정과 지역이기주의 확산등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사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지금까지 주민들의 힘으로 자치단체장을 몰아낼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무능하고 불성실하며,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 있는 단체장일지라도 제도로써 축출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패나 부정의 정도가 심한 단체장이 법망에 걸려 목이 달아나는 경우는 흔히 있어도 주민들이 탄핵할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주민의 손으로 뽑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딴 맘 먹고 딴 짓을 했다가는 사정없이 덜미를 잡히게 됐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이같은 '주민소환제' 시행을 발표했고, 청와대도 이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한 구체적 시행령을 의결했다.

우선 이 제도는 주민들의 연대서명이 필수적이다. 소환투표 청구 절차상 시. 도지사는 투표권자 총수의 10% 이상 서명이 필요하다. 시장. 군수. 구청장은 15%이며, 지방의원은 20% 이상이 뜻을같이 해야 부적격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소환할수 있게 된다.

물론 적정 서명인수만 확보돼도 해당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권한은 유야무야하게 돼있다.

주민소환투표안이 공고되고 투표결과가 공표될 때 까지 권한이 유지된다 해도 이미 소환 대상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까다로운 절차와 과정을 거쳐 서명인수를 충족시킨것 만으로도 '주민소환제' 의 위력이 십분 발휘된 것이기 때문이다.

연대서명과는 별도로 그 지역 투표권자의 3분의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지면 소환과 동시에 (소명과 청문의 절차 없이도) 해당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짐을 꾸려야 한다.

재. 보궐선거를 통해 결성될 후임자에게 업무 인수절차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임기 보장만 믿고 안일무사하게 자리만 보전해온 단체장이나 이권추구에 혈안이 된 지방의원들에게는 이제부터 '주민소환제' 가 생사입판(生死立判)의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지역주의와 특정정당의 지지기반만 믿고 무능하고 불성실하게, 혹은 독선적으로 업무를 추진해온 선출직 단체장에게는 '주민소환제' 야말로 공정한 심판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이같은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부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의 눈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기와 선심행정이 성행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단체장의 소신행정이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두 부질없는 기우로, 기득권층을 비호하기 위한 억지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적 합의에 의해 마련된 제도라면 우선 시행하고 볼 일이다. 정부당국은 국민에게 이 제도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홍보하고 올바르게 운용하면 될 일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갔다가는 모두의 입맛만 버려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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