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4월 미국에서 있었던 '지구의 날' 기념행사에 처음으로 '정치공해' (political pollution)란 말이 등장했다.

지구를 갉아먹고 있는 가지각색의 공해중 정치 또한 인간의 생활환경을 더럽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사실 정치공해는 대기오염보다 더 무섭다. 도시의 공기가 문명에 의해 혼탁해지면 자연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아무리 좁은 땅덩어리라 하지만 피할만한 땅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공해'는 도시면 도시, 농촌이면 농촌, 인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든 쫓아 다닌다. 아귀(餓鬼)처럼 시민들의 신선한 관념과 건강한 사고, 자유로운 행동등 생활의식을 좀먹고 병들게 한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정치공해' 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위험수위' 의 경고음을 내고있는 것이다. 우선 누더기가 된 열린우리당 내부를 들여다보자. 한마디로 점입가경(漸入街境)이다. 끼리끼리 연일 치고 받더니, 지난 7일에는 드디어 노대통령이 친정식구들에게 삿대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김근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향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당을 깨고, 보따리를 싸들고 이 당 저 당을 옮겨다니던 구태정치를 재연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또 당 해체론과 경선 불참의사를 밝힌 두사람에게 "정치는 잔꾀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소리없는 탈당' 을 주문했다.

기다렸다는 듯 이들도 노대통령을 향해 맞총질을 해대고 있다.

노대통령의 말처럼 열린우리당은 오랫동안 흔들리고 표류하다 와해직전에 이른 것이다. 이런 당을 지지했던 많은 유권자가 실망하고 분노하고 허탈해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것이 바로 '정치공해' 이다.

정권교체의 자만에 빠져 휘청대고 있는 한나라당은 어떤가. 이 동네도 연일 서부활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간의 '경선룰' 다툼은 사생결단식이였다.

노무현대통령이 김근태. 정동영 두 대선주자를 향해 목청을 돋우던 바로 그날, 한나라당의 양 대선진영에서도 '맞받고 되받고'의 충돌이 빚어졌다. 양측 모두 "판이 깨지더라도(당이 두 조각이 나도 '경선룰' 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 며 악다구니를 했다.

도대체 '경선룰' 이 뭐길래 이토록 안간힘인가. 쟁점은 경선 선거인단 20만명의 2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 반영 방식 때문이다. 박 전 대표측은 20%라는 비율적용이 유리하다는 판단이고, 이 전 시장쪽은 4만명이라는 선거인단 구성이 '대권의 지름길' 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8월-23만명'이라는 암호같은 '새 경선룰'이 채택됐지만 알고보면 한갖 '숫자놀음' 이다. 이 당 또한 민심의 향배는 아랑곳 않은 채 술수와 정략과 집권야욕만 드러내고있다. 치고 받고의 싸움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래서 이 당 지지자들 역시 정치판에 신물을 내고있다. '한 솥 밥 먹고도 송사(訟事) 한다고 최근 한나라당 울산시당에서도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이 전 시장의 지역 경선대책위 본부장인 시의회 의장이 박전 의장을 돕고있는 같은 지역구 시당위원장에게 의원장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둘은 동문이며 선후배이자, 정치적으로 줄곳 같은 노선을 걸어온 사이다.

같은당 같은 지역구의 시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공개성토한 배경을 놓고 추측들이 무성하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시의장 개인의 도발적 정치행위라는 설과 이 전 시장 캠프 쪽의 주문에따른 정략적 행동이라는 해석이 교차하고있다. 시민들에게 또한번 '정치환멸' 을 느끼게 한 해프닝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공해' 의 스모그가 서서히 지역까지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피난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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