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최기철박사가 펴낸 '한국의 자원' 중 담수어편에는 민물고기에 대해 상세히 기록돼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민물고기는 총1백70여종이며 이중 남한에만 1백45종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세계적 희귀종인 '서호납줄랭이' 와 '종어' 는 이미 오래전에 멸종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어종도 상당수가 멸종단계이거나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 그 수가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물고기의 수효와 어체(漁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남획과 수질오염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먹이사슬이 격감되고 서식환경이 파괴되는 등의 생태계 변화가 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통 버들치가 살면 1급수요, 피라미나 갈겨니가 많으면 2급수로 수질을 구분하고 있다. 붕어나 잉어가 주요 서식무대일 경우는 3급수이며 물고기가 한마리도 살지 않으면 4급수로, 사수(死水)라 부른다. 그런데 하천수질은 1급수나 2급수가 분명한데 급수에 맞는 물고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면 그 하천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울산지역 환경단체등에서는 울산시와 기초단체가 벌이고 있는 하천 정비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구잡이식 소하천 개.보수공사로 인해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고 각종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특히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울산시가 벌이고 있는 척과천 개수공사의 중단과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또 기초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수해복구등 하천 정비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화강 상류인 척과천은 예전부터 많은 물고기와 양서류가 서식하던 자연하천이였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울산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던 천렵장소였다.

최근에는 각종 접객업소와 전원주택이 난립해 하천오염이 가중되고 있으나 그래도 자연하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개수공사 명목으로 현재 이곳에는 중장비가 하천바닥을 파 헤치고 시멘트로 제방 보강 작업을 하고있다.

하천 바닥이 평평해져 물의 흐럼은 원활할지 몰라도 산란했거나 부화한 어린 물고기와 양서류등은 살아남기 힘들다. 2급수나 3급수의 물고기는 생존력이 약하고 환경변화에 민감해 서식처에서 멸종하기 일쑤이다.

도심과 가까운 척과천 정도는 자연환경과 주변경관을 고려해 원래의 모습 그대로 놔두는 게 옳았다. 소하천 정비작업이 하천 생태계를 교란하고 훼손한 경우는 비단 척과천뿐만이 아니다.

현재 일선 구.군이 실시하고 있는 복안천과 궁근정 인근 하천등도 자연하천이 인공하천으로 둔갑한 경우다. 도무지 자연미는 찾아볼 데 없고 온통 시멘트와 구조물로 범벅이 돼 볼썽사납다.

 특히 울주군이 수해복구 차원에서 벌이고 있거나 벌인 도처의 하천정비 사업은 한마디로 반(反) 환경적이다. '울주 7봉'의 주봉이나 다름없는 가지산 자락 자연하천은 이미 시멘트 배수구로 변해있다.

또 '울주7봉' 의 모산(母山)인 고헌산 일원 개천도 단순한 농업용 수로로 변모했다. 인기척에 모여들던 그 많던 버들치도 종적을 감췄다.

물은 예전 그대로 1급수인데 놀던 물고기는 온데간데가 없다. 생명체가 없는 1급수 하천은 멀잖아 4급수, 사천(死川)으로 변할 것이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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