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태풍 '에위니아' 의 위력은 대단했다. 울산시 최고봉인 가지산과 고헌산. 경주시 산내면 산간지역에 집중된 폭우는 산도 집어삼킬 위세였다. 채 1시간도 안되는 국지성 소나기로 이 일대는 거의 초토화됐다. 구릉지와 실개천은 하천으로 변했고, 평소의 하천은 격량으로 넘쳤다.

그 기세가 30분만 더 계속됐다면 산간마을은 쑥대밭이 됐을 뻔 했다. 인명피해가 적었던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이 그나마 물의 속성과 위력을 알고 미리 대피했기 때문이다.

가장 피해가 컸던 상북면 소호리 주민들은 살아 생전 처음 겪는 수재라고 입을 모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 때 파악한 정부당국은 재빨리 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곧바로 복구공사는 시작됐고 유실된 지방도로 부터 응급조치를 받았다. 국비 지원등 예산이 뒷받침되자 울주군은 본격적으로 복구공사를 발주했다. 상북면 소호리 일대에만 올해 7건의 공사가 동시다발로 시작돼 이미 완료됐거나 진행되고 있다.

주로 소하천과 농경지등을 중심으로 붕괴 또는 유실된 제방을 보강하는 공사이다. 수해복구사업은 첫째가 대상지역 선정이며 완급 조정이다. 피해규모와 완급을 가려 복구대상을 선별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견과 복구 건의를 수렴한 마을이장이 공무원과 함께 현장을 실사해 복구 대상을 결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농촌지역 수해복구 만큼은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주민들로 부터 공사감리를 받는 것이 또한 추세이다.

 울주군의 이번 소호리복구만큼은 이같은 과정이 무시됐다. 마을이장이 복구 필요성을 역설하고 관계 공무원도 동의한 피해구간이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적도만 놓고볼때 임야이자 사유지로 돼있어 또 다른 공무원이 이를 간과한 것이다. 실수와 착오는 여기에서 그친 것만 아니다. 같은 지목에 같은 사유지인 어느 곳은 현재 복구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초부터 피해가 없었고, 이장이나 마을주민들도 복구를 건의한 적도 없는 곳이다.

 복구공사 대상지역이 하도 많아 더러 빠지기도 하고 엉뚱한 곳이 잘못 끼여들수 있다고 치자 그건 관계공무원의 해명처럼 나중에 다시 보완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공사 자체의 부실은 어떻게 할것인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치수(治水)의 목적은 물을 잘 다스려 범람을 막고 물을 편리하게 이용하는데 있다. 또 물을 잘 다스리자면 물의 흐름과 물의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다.

상북면 소호리 일원은 해발1천m가 넘거나 육박하는 고헌산과 백운산(태화강 발원지)에 둘러싸여있다. 마을 자체가 4백m 고지에 형성돼있고 양쪽 산에서 마을로 뻗어있는 계곡과 실개천은 이루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다. 이 많은 물줄기가 지난해 태풍에 거의 황폐화됐다.

여기저기 산골짝이에서 쓸려내려온 토사는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지방하천에 깊히 쌓여있다. 그러나 울주군의 이번 복구공사는 근원에 대한 아무런 처방없이 현황 위주로만 전개되고 있다. 기초공사서 부터 부실투성이자 임시처방이다. 또 연례행사다. 책임질 사람도 없다. 해마다 아까운 국가예산만 애궂은 태풍에 날아갈 뿐이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