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는 몸길이가 일정하지 않으나 아주 큰놈은 1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변이와 품종이 다양하며, 우리나라에는 외국에서 이식되어온 양식종과 재래종등 두가지로 분류된다. 간혹 양식장등에서는 잉어와 붕어 사이의 잡종이 발견되기도 한다. 잡식성인 잉어는 뻘속의 작은 동물이나 식물성 먹이를 즐겨먹는다. 수온이 20c 정도가 되는 5월 중순경부터 산란을 시작하며 잡초가 우거진 연못이나 강에서 주로 서식한다.

 이에 반해 잉어과 민물고기인 누치는 잉어 몸길이의 절반 정도로, 잉어와는 달리 머리가 뾰쭉하고 등지느러미에 둥근가시가 1개 솟구쳐있는 것이 특색이다. 비늘은 잉어처럼 둥글고 크며, 산란도 5~6월에 주로 한다. 강 상류의 맑고 깊은 곳을 좋아하며 모래나 자갈이 깔린 강바닥에서 작은 동물이나 단세포의 미소한 수초를 모래와 함께 먹는다.

 비교적 강폭이 넓고 바닥이 깊은 하동 섬진강이나 서해안과 연결된 금강등지에서 집단 서식한다. 잉어나 붕어와는 달리 관상가치는 물론 자양식품이나 반약용식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오염되지 않은 강에서 무리지어 서식하는 청정어종이다. 이런 누치가 최근 태화강에서 여러차례 떼죽음으로 발견돼 관계기관을 긴장시키고 있다.

 누치의 원인모를 집단폐사는 지난달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일정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수십마리씩 변사체로 떠올라 그 사인(死因)을 두고 추측들이 많다. 농약등 독극물에 의 한 타살 가능성과 병원성 세균 및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때문이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 수산과학원 남부내수면연구소의 공동조사 결과  일단 외부오염이 아닌 것으로 발표됐다.

누치가 떼거지로 죽어 떠오른 삼호교 아래 현장은 상류까지의 이동통로(魚路)가 없어 과밀서식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로인해 누치끼리 스트레스가 쌓이고, 저수온으로 대사생리(신진대사 또는 물질대사)가 낮아 약체상태에서 공기중에 노출되는 바람에 폐사했다는 것이다. 수질오염이나 독극물에 의한 사고사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조건 때문에 빚어진 자연사라는 결론이다.

 두 차례에 걸친 조사결과를토대로 울산시는 "누치의 먹이활동이 본격화되는 봄철이 되면 과밀에 의한 스트레스와 먹이부족 때문에 또다시 떼죽음현상이 나타날수 있다." 며 "태화강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적정밀도를 유지하고 생태형 어도를 설치하는등 개선책을 마련중"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태화강 누치 떼죽음의 원인규명을 놓고 환경단체등에서는 납득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물고기 폐사의 원인분석 자체가 어려운 문제인데도 울산시등 조사기관이 수질검사와 유량측정만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적어도 죽은 물고기의 아가미와 내장 정도는 육안으로 조사할 게 아니라 정밀부검을 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다.

 아니라 다를까, 울산시가 누치의 집단폐사 현장인 삼호교 부근에 임시통로를 만들어 진정되는가 싶던 '누치소동'이 최근 다시 불거져 재검 필요성이 제기되고있다. 이에 당혹한 울산시는 멀리 강원대 조사팀을 초청해 재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결론은 아직 미지수다.

 비단 물고기뿐아니라 모든 동물들은 갇혀있음으로써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동물원 두루미가 잦은 소음과 좁은 공간 때문에 울타리에 머리를 들이받아 죽은 경우가 흔하다. 한정된 공간에 활동범위가 넓은 동물을을 여럿 가둬놨다 스트레스와 홧병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는 관련 학계에 종종 보고되고있다.

이처럼 과밀과 수질오염등 서식환경이 나빠 횡액(璜來之厄)으로 죽는 동물은 부지기수다. 일부러 가둬놓은 것도 아닌, 자연상태의 누치가 스트레스로 떼죽음을 했다면 이 또한 사람들이 자연생태계를 간섭했기 때문이다. 누치 떼죽음의 사인규명 못지않게 태화강 생태복원이 시급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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