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유비(劉備)가 리더로서 갖추고 있었던 세가지 장점은 첫째 말수가 적고, 항상낮은 자리에 임했으며, 희로(喜怒)를 얼굴에 나타내지 않았다는점이다.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신년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접한 국민들은 "훌륭한 리더 되기가 결코 쉽지않다" 는 느낌을 갖게했다. 리더로서 유비가 갖추고있었던 세가지 장점중 그 어느 것 하나도 노대통령에게서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노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은, 우선 말수가 많다는 점이다. 신년연설에서 노대통령은 자기나름의 할말을 다하고도 아쉬운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의지와 욕구가 넘쳐 당초 마련한 연설문 자체부터 너무 길었다는 후문이다. 사전배포한 연설문 원고를 책읽듯 읽어도 족히 1시간30분이나 소요되는데, 방송시간이 1시간으로 정해져있었으니 그럴만도 할것이다.

방송 편집때문에 시청자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노대통령은 이날 연설도중 '시간타령' 을 꽤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이나 계속된 노대통령의 신년연설 내용도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국민들을 크게 감동시키지는 못했다. 경제문제를  전임정부의 탓으로 돌린 것에 대해 되려 거부감만 불러온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작심하고 만든 장문의 연설문과 웅변에 가까운 연설, 그 어느 것 하나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못했다. 그래서 '대변(大辯)은 눌변(訥辯) 과 같다' 고 했다. '말을 잘하는사람은 말더듬이처럼 보인다' 는 뜻이다. 남은 임기동안이라도 노대통령은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 이뿐아니라 진정한 리더는언제나 낮은 자리에 있기를 좋아하며 겸손을 리더쉽으로 삼는다. 이 점 또한 노대통령에게는 부족함이 넘친다.

 시간때문에 제대로 할말을 다 못했다는 듯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도 노대통령은 시종일관 공격자세만을 견지했다. 소속당은 지리멸렬하고, 상대방은 아직경선 결과도 끝나지 않았는데 특정주자에 대해 대뜸 시비부터 걸었다. '실물경제' 와 '경제공부' 등을 운운한 것은 그 방면에 경력을 가진 특정인을 지칭한듯 싶다. 이도 모자라 "지지만 갖고 모든 권력을 쥔게 아니다" 며 특정 대선주자를 공박했다.

앞선 신년연설에서는 "대통령 발목 잡지마라. 오만하다"고 까지 했다. 경제정책 실패를 마치 자인이라도 하듯이 "다음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 개선책과 경제 성장율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며 강권하기 까지 했다. 자기당 후보가 대선주자로서 지지도가 높고, 경제문제로 대통령의 발목을 좀 잡았다 했던들 그렇게 야멸차게 타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 때문에 국민이 고통스러워하고 차기 대통령 후보가 경제를 팔아(?) 지지도를 좀 높인다면 임기말년의대통령은 적당히 눈감고 지켜보면 될 일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을 믿고 남을 내려다 보는것은 오만이며, 인정할 일조차 한사코 부인하는 것은 오기(傲氣)에 불과하다. 노대통령은 이래서 겸손이 필요하다. 

평소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 리더 중에서 노대통령은 그 정도가 심한 편에속한다. 평소 말투와 몸짓에서도 내면의 감정이 표출되기도 하지만 얼굴 표정에 희로애락(喜怒哀樂) 의 감정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리더로서 희로(喜怒)를 얼굴에 나타내지 않는 것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조직이 위기에 몰렸을 때 그 구성원들은 반드시 윗사람의 표정부터 살피게 돼있다. 그럴 경우 리더가 동요를 일으키거나 좌불안석(座不安席) 이 되면 조직전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감정의 표현조차 억제받을 이유는 없다. 가식없는 언어구사와 소시민적인 표정이 꼭 대통령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리더로서 조직을 관리할 때와 통치자로서 국민을 대할 때는 감정의 기복 정도는 스스로 조절할수 있어야한다. 이런 이유에서 노대통령의 표정관리는 낙제점이다. 그러나 삼국지에서 유비가 갖춘 세가지장점이 현재의 리더쉽과 얼마나 부합할지의 여부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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