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다. 거리에 등장한 자선남비와 언론사의 이웃돕기 캠페인 광고가 이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흔히 ‘기부문화’를 한 나라의 ‘시민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삼는다.

‘기부와 나눔’은 납세의무나 개인의 경제적 이익추구 차원이 아니라 자발적 행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닌 시간과 물질(그 많고 적음을 떠나)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문화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진정한 ‘사회통합’은 계층과 계층간의 장역을 허무는, ‘기부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써 가능해지게 된다.

최근 우리의 ‘기부문화’도 경제 성장 속도만큼이나 확산.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기부행위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대와 계층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권위주의 시대 국가 주도의 준조세적 모금방법.기부금의 불투명한 사용과 집행 등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국민들의 기부행위도 편향적인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부금액이 특정 종교기관에 헌금 또는 희사명목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연례행사인 연말 불우이웃돕기와 일회성의 각종 의연금 등도 여전히 기부문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이밖에 사회복지 시설의 후원이 일반 국민들의 기부의식에 큰 비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우리의 ‘기부문화’가 아직도 종교적 성향과 동정심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사회복지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기부건수와 기부금액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개인 기부는 건수와 금액 모두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똑같은 이웃돕기 캠페인을 벌인 방송사와 신문사의 모금액이 방송사 ‘절대우위’로 집계되고 있음도 드러 났다. 

방송의 특성상 캠페인의 파급효과가 신문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일지 모르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씁쓰레한 생각이 들게 된다. 이웃돕기 캠페인에서 신문을 통한 기부자가 줄어들고 있는 원인이 기부자의 사진이 지면에 게재 되지 않고 있음으로 조사됐다.

또 기부자의 이름 석자와 직함이 큰 활자로 인쇄 되지 않고 신문 본문과 똑같은 평활자로 소개되는 것도 기피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어떤 모금단체는 신문사에 기부자의 사진게재와 활자 크기 조정을 협조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고액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 동기 부여와 신문사간의 경쟁을 유도해 결국 모금액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모금 규모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기부문화’의 저변확대는 기부자와 기금금액의 무조건적 세 불리기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특정 주체의 노력만으로 활성화 되는 것도 아니며 정부.기업.언론.시민사회단체와 시민모두가 함께 해야 제대로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올바른 기부의식 제고와 참여에 있다.

‘기부와 나눔’을 ‘적선과 베품’으로 인식하는 한 우리의 기부문화는 결코 후진성을 면할 수 없다. 또 기업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거나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의식해 행하는 기부행위는 사회적 갈등구조만 심화 시킬 뿐 이다.

시민각자도 ‘나눔과 기부'를 일상적인 생활문화로 정착시켜 함께하는 사회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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