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태어났고
우리가 살아왔고
또 살아 가야하고
죽어서도 묻혀야 할 곳이라 하면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눈물 같은 땅이냐
이 땅 즈려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들판에 자라나는
이름 없는 풀 한 포기라도
함부로 베지 말자
그 풀잎 대궁 속엔
우리 아비들의 가련하고 애처로운
새벽 날 기침 소리가 들어 있느니
산비탈
밭두렁에 뒹굴어 다니는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함부로 건들지 말자
지천에 널린 그 돌 자갈 속엔
우리 엄니들의 검게 타버린
서러운 눈물이 들어 있느니
실개천가 반짝이는
작은 모래알 하나라도
함부로 밟지 말자
그 것은
내 할아버지
내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에 지쳐
부서져 뿌려진 마음들이며
뜨거운 살점들이니
산모퉁이에 쓰러져가는
허름한 오두막집이라 해도
우리 함부로 대하지 말자
거기에는
땅거미 내린 사립문 바라보며
엄마를 기다리다 배고파 울어대던
내 누이의 몸부림이 있고
군내 나는 고구마 퉁가리 끼고 둘러앉아
아침을 애타게 기다리던
까까머리 형제들의 간절함도
아직 살아 있느니
우리들 자식의 자식이
또 그의 자식의 자식들이
태어나고 살아가야 하는
이 눈물겨운 땅에서
어느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말고
함부로 행동하지 말자
우리 모두의 살점 같은 곳
우리의 땅
우리의 공주가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