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배순 시인이 시집 『세상의 마루에서』를 출간했다.

 

성배순

성배순 시인은

비 오는 날, 스멀스멀 송신증이 이는 날

검은 청 빛 낯빛 고운 여우를 따라

집을 나선다.

건물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도시를 빠져나간다.

뿌리를 보이며 춤을 추는

나무들이 만드는 시간의 숲을 지나

동굴 속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찾아 동굴을 나서고

바위산을 넘어, 뿌연 강을 건너

동굴과 멀어진다.

빌딩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도시 한가운데

여자는 서 있다.

흠뻑 젖어 빙글빙글 서 있다.

검은 청빛 낯빛 고운 여우

응애응애 꼬리를 나풀대고 있는데…….라며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성배순 작가의 시에서는 깊은 사색을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어들이 노닐고 있다. 이는 작가가 한편의 시를 쓰기 위해 몇 년을 두고 곱씹는 인고의 사색을 즐기는(?) 덕분이다.

김영호 평론가는 “시인은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과 아테나, 사포와 파온, 메두사 이야기나, 노자와 장자의 걸림 없는 무애자재(无涯自在)의 삶, 그리고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나 여우 놀이 등 동서고금의 설화를 자유로이 넘나든다.”고 평했다.

성배순 시인은 200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와 《詩로여는세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 (시로 여는 세상, 2016), 『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 (시로 여는 세상, 2008)과 그림책 『세종호수공원』, 시비집 『세종?충남 詩香을 찾아서』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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